이 때문에 서울 구로동은 많은 소설과 시, 영화 속 단골 소재였다. 소설가 신경숙의 ‘외딴방’(1994), 공지영의 ‘동트는 새벽’(1988)을 비롯해 박종원 감독의 ‘구로아리랑’(1989),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1999), 고(故) 김선민 감독의 ‘가리베가스’(2005) 등이 그것이다.
책은 구로 토박이인 저자가 구로동 구석구석을 탐방하면서 쓴 견문록이다. 저자는 구로동에 대한 외지 사람들의 인식이 세대별로 다르다는 데 주목하고, 구로동의 역사와 현재를 보여준다.
24년을 구로동에서 산 그는 구로라는 렌즈를 통해 한국 사회의 인권·노동·주거·환경 등의 문제를 살핀다. 구디(구로디지털단지)와 가디(가산디지털단지)에 밀집한 정형외과를 바라보며 IT(정보통신기술) 노동자와 청년 세대의 ‘웃픈’ 현실을 곱씹는가 하면, 구로 콜센터발(發)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를 통해 건강권을 고민하고, 마라탕을 먹으면서 이주민과의 행복한 연대를 꿈꾼다.
저자는 묻는다. 저임금 노동으로 지친 몸을 벌집에 잠시 누이던 공장 노동자의 처지로부터, 저 화려한 유리 성채의 디지털단지 속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얼마나 달라졌느냐고 말이다. 구로동은 어디에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