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發 실리콘밸리 줄도산 오나…자금묶인 기업 '발동동'

[이데일리 김아름 기자] 실리콘밸리은행(SVB) 폐쇄로 실리콘밸리 전역에 불안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자금줄이 막힌 스타트업들의 줄도산 뿐만 아니라 예금을 맡긴 기업들까지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이 SVB의 파산 관재인으로 임명한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SVB의 총자산은 2090억 달러(276조5000억원), 총예금은 1754억 달러(23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도 우리나라처럼 예금자보호 제도가 있는데 고객들이 맡긴 예금이 25만 달러(3억3000만원)를 넘지 않으면 예금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이를 초과하면 보험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

FDIC는 SVB의 예금 가운데 25만 달러를 초과하는 금액이 얼마인지는 아직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SVB는 2022년 말 FDIC 보험 한도를 초과하는 예금 규모를 1515억 달러(200조4000억원)로 추정된다. 총예금의 86%가 예금 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셈이다.

SVB는 미국 테크·헬스케어 벤처기업 중 44%를 고객으로 두고 있어 이 예금 가운데 상당 부분은 스타트업의 자금에 해당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스타트업들이 돌려받을 수 있게 되는 예금 규모에 따라 이번 사태가 실리콘밸리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25억 달러 초과 금액에 대해서는 SVB가 보유한 자산 매각을 통해서 지급되는데 일단 SVB의 총자산은 2090억 달러로 전체 예금 규모를 초과한다. SVB의 자산을 모두 매각했을 경우 예금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금액까지도 모두 커버할 수 있겠지만 SVB가 투자해 놓은 채권 등의 가치가 떨어져 당초 투자금을 100% 확보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실제 SVB는 앞서 210억 달러 규모의 채권 포트폴리오를 매각하면서 18억 달러의 손실을 봤다.

모니터링 회사인 스타트업 아키타의 설립자 진 양은 “정부가 25만 달러를 초과하는 사람들도 구제해 주기를 희망한다”며 “SVB에 수천만 달러, 수억 달러의 자산을 예치한 이들을 알고 있는데 이들이 25만 달러만 받는다면 회사는 전멸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