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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신분에서 해방된 한 검사장은 이르면 다음달께로 예상되는 검찰 정기 인사에서 주요 보직으로 영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검사장은 SK 분식회계 사건, 대선 비자금 사건, 현대차 비리 사건, 국정농단 사건 등 굵직한 사건들 수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손발을 맞추는 등 그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다.
검찰 안팎에선 한 검사장의 행선지로 중앙지검 또는 수원지검을 꼽는다. 중앙지검은 전국 최대 규모의 검찰청으로 현재 대장동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등 주요 사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수원지검에는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 관련 변호사비 대납 의혹, 성남FC 후원금 수사 무마 의혹,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고발 사건 등 현 정권 관련한 민감 사건들이 있다.
검찰국장으로 영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전국 2000여명의 검사 인사를 주도하는 검찰국장은 중앙지검장,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함께 검찰 3대 요직으로 꼽힌다.
한 검사장이 세 보직 중 한 자리에 임명되면, 나머지 두 곳과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에 ‘윤석열 라인’ 검사들이 이름을 대거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대검과 중앙지검에서 윤 당선인을 보좌했던 이두봉 인천지검장, 박찬호 광주지검장, 신자용 서울고검 송무부장, 신봉수 서울고검 검사, 송경호 수원고검 검사, 양석조 대전고검 검사 등의 주요 보직 복귀가 예상된다.
한 검사장을 비롯한 소위 윤석열 라인 검사들은 윤 당선인 입지 변화에 따라 함께 부침을 겪었다.
윤 당선인이 중앙지검장에 발탁되자, 그의 측근으로 꼽히는 ‘특수통’ 검사들이 대거 요직에 배치됐다. 한 검사장은 중앙지검 3차장에 임명됐고, 이 검사장은 4차장을 거쳐 1차장, 박 지검장은 2차장에 배치됐다. 국정농단 특검팀에서 윤 당선인과 함께 일한 신 부장검사, 양 검사는 중앙지검 특수1·3부장 자리를 꿰찼다. 이들은 윤 당선인의 검찰총장 재직 당시에도 중용됐다. 이두봉·박찬호·한동훈 중앙지검 1·2·3차장검사는 윤 총장 시절 각각 대검 과학수사·공안·반부패강력부장을 맡았다. 중앙지검에서 특수부를 맡았던 신자용·신봉수·송경호 부장검사는 윤 총장 시절 각각 1·2·3차장으로 승진했다.
하지만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취임 후 윤석열 라인 검사들은 비수사 보직이나 지방으로 밀려나며 고난의 세월을 겪었다. 지난 2020년 1월 취임한 추 전 장관은 검찰 인사를 정상화한다는 명분 아래 이들에 대한 좌천성 인사를 연이어 단행했다. 그 기조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 때도 유지됐다.
법조계에선 윤석열 라인 검사들의 복귀를 예상하면서도 주요 보직 독식 가능성에 대해선 우려를 표하고 있다.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한 변호사는 “특혜성 인사나 특정 부서 출신들의 주요 보직 독점은 없어야 한다”며 “특수부 출신만 우대하지 말고 형사부나 기획 부서 출신 등을 포함해 능력에 따라 골고루 인재를 등용해야 뒷말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이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검수완박 재추진에 나서자 검찰이 집단반발하고 있다. 지난 8일 김오수 검찰총장 주재 하에 열린 전국 고검장 회의에서 고검장들이 검수완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한데 이어 박범계 법무부 장관 휘하의 법무부 검찰국 검사들도 반대 행렬에 동참하며 검수완박을 둘러싼 민주당과 검찰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