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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많이 본, 친숙하기까지 한 장면이 아닌가. 그렇다면 훅 공감이 될 공간과 시간일 텐데. 어느 추운 밤 내 ‘공간’에서, 컴퓨터 모니터와 난로가 뿜어내는 간접조명을 쓰며 뭔가 일을 하다가 슬쩍 잠에 빠져드는 ‘시간’.
작가 김도수는 ‘고독하고 외로운 일상’을 모티프로 작업한다. 즐겨 꺼내놓는 소재는 ‘집’이다. 예전에 관심을 뒀던 ‘주거환경’조차 그랬다. 빨대로 집채를 만들어 동네를 꾸미기도 했고, 트레팔지에 빨간 배관이 도드라진 어느 집의 외관을 드로잉하기도 했다. 모두가 십수 년을 원룸에 갇혀 살다시피 한 작가의 외로운 눈에 든 ‘소통의 끈’이었단다. 그러던 작가가 이젠 집 안으로 눈을 돌린 모양이다. “성공 이외에 무언가에 애착을 가지는 삶이 허락되지 않는 시대를 살아온 듯하다”면서.
하지만 여전히 작가의 작품엔 고독함이 묻어 있다. 특히나 오롯이 파고든 저 ‘작은 방’에선 말이다.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와 발을 펴고 누울 수 있는 작은 방, 휴일에는 늦잠을 자기도 하며 힐링하는 나만의 공간”이라고 했다. ‘작업실에서’(2021)는 그 작은 방들에서 벌어지는 우리들 삶에 관한 이야기란다.
3월 6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10길 갤러리그림손서 김규·김봉경·김재현·김정희·김현정·방수연·이선정과 여는 기획전 ‘L. E. A.P’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70×50㎝. 작가 소장. 갤러리그림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