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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저주를 받아 남의 목소리를 끝없이 반복해야만 하는 ‘에코’, 아름다운 노래를 흘려 뱃사람을 유혹하고 죽음으로 이끄는 ‘세이렌’. ‘그리스신화’와 ‘오디세이아’에 각각 등장하는 이들 요정을 기억할 필요가 있겠다. 작가 우정수(34)의 신작을 이해하려면 말이다.
우정수는 다채로운 조형언어를 끌어내 섣불리 예단할 수 없는 회화적 실험으로 화단에 신선한 자극을 던지는 젊은 작가다. 이번에는 10×2m의 대형회화 ‘내 목소리는 어디에’(Where Is My Voice)다. 타이틀 그대로 잃어버린 목소리를 찾아가는 여정을 선과 색, 도상과 패턴, 질감과 소재 등의 자유로운 변화로 구성했는데. ‘선샤인’(Sunshine·2019)은 그에 속해 있는 16개 캔버스 중 한 점이다.
오른쪽 아래 따로 붙인 듯한 그림은 예술가 혹은 지식인의 운명을 빗댈 때 작가가 즐겨 데려다놓는 상징 ‘프로타고니스트’. 회오리를 일으키며 덤비는 무자비한 파도에 맞서 돛을 활짝 편 채 버티고 있는 작은 배로 비유하곤 했다. 살자는 사투인지 죽자는 사투인지, 무력화가 답인지 부조리가 답인지. 이번에도 그 고민은 유효한가 보다.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종로33길 두산갤러리 서울서 여는 개인전 ‘내 목소리는 어디에’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아크릴·잉크. 116.8×91㎝. 작가 소장. 두산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