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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모씨는 신혼집을 전세로 시작했다. 그는 인구 감소로 집값이 떨어질 것이란 얘기를 믿었고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약속을 신뢰했다. 열심히 저축하면 작은 집 한 채 정도는 장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씨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에 모아둔 돈을 털어 전셋값을 올려주는데 써야했다. 4년전 처음 전세를 얻을 때 2억9000만원이던 아파트는 지금 6억원이 넘는다. 정씨는 “정부 말을 밎는 게 아니었다”며 “지금이라도 집을 사려고 돈 빌릴 데를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23차례나 내놓은 부동산 대책에 대한 국민 불신은 심각했다. 정부·여당이 보유세 강화·대출 제한 등 고강도 부동산대책을 잇따라 내놨지만 집값이 내릴 것으로 보는 국민은 소수에 그쳤다. 반면 국민 10명 중 6명은 여전히 서울·수도권 부동산 투자를 가장 성공적인 재테크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이데일리가 여론조사기관 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앞으로도 계속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43.6%)가 ‘내릴 것’으로 전망한 응답자(15.3%)보다 3배가량 많았다. 만 30~34세(57.3%), 만 35~39세(50.3%), 서울 거주자(57.0%), 전세 거주자(48.9%)에서 집값이 오를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서울이나 수도권에 주택이나 아파트를 사는 게 성공한 재테크이다’라는 문항에 61%가 동의했다. ‘그렇지 않다’는 14.0%에 그쳤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을 평가하기 위해 실시한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달 14~25일 전국 만 25~59세 남녀 1000명(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천정부지로 오른 집값에 대한 절망감도 컸다. ‘내 집 마련이 꼭 필요한지’를 묻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이 57.2%에 달했다.
하지만 ‘부모 도움 없이는 내 집을 마련할 수 없다’는 응답자가 59.3%나 됐다. ‘집값 폭등으로 외벌이인 젊은부부가 집을 마련하기 불가능해졌다’고 본 응답자도 61%에 이르렀다.
연령별로는 20대 후반(64.0%), 30대 초반(67.1%), 30대 후반(65.2%) 등 청년층에서 내집 마련을 위해서는 부모세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고, 직업별로는 학생(70.2%)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저출산 문제 해결의 가장 큰 걸림돌이 내 집 마련’이라는 질문에도 53.0%가 동의했다.
통계청과 한국감정원 조사를 보면 작년 서울의 연간 가구평균소득은 6821만원이었고, 작년 12월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8억2723만원이다. 1년에 7000만원 가까이 버는 가구가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서울 아파트를 구매하는데 꼬박 12년 이상이 소요된다는 얘기다.
홍기용 한국납세자연합회 회장(인천대 경영학부 교수)은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토끼몰이식으로 가둬놓고 세금폭탄을 때리다 보니 집값은 못 잡고 곳곳에서 불만만 커졌다”며 “부동산 정책이 신뢰를 얻으려면 정권 따라 바뀌는 세금에 의존할 게 아니라 시장 원리에 따라 꾸준히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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