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루 확진자가 영국이 1522명, 프랑스가 6111명 발생했습니다. (...) 그러면 거기는 왜 3단계를 하지 않고 그렇게 관리를 하느냐, 점점 사망자가 줄고 있습니다, 처음 단계보다는. (...) 확진자 수가 늘어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은 분명히 있을 수 있으나 그것에 대응할 수 있는 소위 클린 캐파시티(clean capacity) 자체가 갖추고 있다면 그것을 또 잘 관리한다면 너무 불안해하실 필요 없다” (정기현 국립의료원 원장. 28일 문 대통령에게)
“말씀대로 지금 우리가 2단계 격상을 한지 얼마 됐지 않습니까. (...) 2단계 격상한 효과가 나타나는 데도 며칠의 시간이 걸리는 것이 있고, 지난 주말 사람들 통행량에 대한 조사 결과 보더라도 그 전 주말보다 17%가 감소했다는 것이거든요. (...) 다만 일부 무책임한 그런 집단에서 대규모 감염이 나왔기 때문에 이 상황이 악화된 것이어서, 그 부분은 앞으로 2단계 격상 대응 효과를 좀 더 지켜보고 신중하게 검토하고 판단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문 대통령, 28일 서울시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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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3단계는 가지 않도록 하자”는 의중
문 대통령은 지난 24일 청와대에서 진행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지금 단계에서 막아내지 못한다면 3단계로 격상될 수밖에 없다”면서도 “3단계 격상은 쉽게 말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니다”고 우려했습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 발언을 두고 “대통령 말씀의 중점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로는 가지 않도록 막아내자는 데 있다”고 해설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8일에는 아예 국립의료원을 찾아 전문가의 의견을 통해 3단계 격상을 더 신중히 고려해도 된다는 확답을 들었습니다. “3단계로 방역 단계를 (높이는) 부분은 더 신중하게 (해도 되냐)”는 문 대통령의 질문에 정기현 국립의료원 원장은 “확진자가 많다고 (거리두기) 단계를 높이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정 원장은 “단계를 높일 것인가 하는 여부는 의학적으로 그 나라가 중환자 치료를 할 수 있는 의료 시스템이 제대로 되어 있느냐는 부분과 비의료적인 측면을 같이 (고려할 일)”이라면서 “다른 나라는 (확진자) 1만명 이상, 수천명 이상에서 락다운을 생각고 하고 있지 않은 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3~400명 수준에서 조금 과도한 불안감 아닌가”라고도 말했습니다.
◇봉쇄정도, 남들은 다 완화한다는데…
3단계는 막아보자는 문 대통령의 의지는 다름 아닌 경제 때문입니다. 경제적 타격은 확진자 수 그 자체가 아니라 경제봉쇄 정도에 따라 좌우됩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OECD 국가들 중 가장 선방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도 거기에 있었습니다.
이제 한국뿐 아니라 여타 국가들도 경제봉쇄 정도를 완화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을 포함해 글로벌 코로나 확진자 수는 지속 증가하고 있지만, 각국은 오히려 경제봉쇄 정도를 완화하면서 당초 예상보다 경제가 선방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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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기간 바클레이는 -4.1%(5월)에서 -3.6%(6월) -3.6%(7월)로,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4.4%(5월), -4.1%(6월) -4.2%(7월)로 글로벌 경제성장률을 내다봤습니다. 씨티(Citi)는 -3.6%(5월), -3.5%(6월), -3.7%(7월), JP모건(Morgan)은 -4.7%(5월), -4.0%(6월), -4.3%(7월)로 각각 전망치를 바꿨습니다.
글로벌 신규 확진자 수는 5월 일평균 9만4000명에서 6월 14만4000명, 7월 23만2000명으로 오히려 늘었는데, IB 상당수가 글로벌 경제성장률을 오히려 높여 잡았다는 뜻입니다. 확진자 수는 늘어나지만 경제봉쇄지수가 완화되는 탈동조화(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나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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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최근 한국은행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참고해볼까요. 한은은 지난 27일 ‘수정경제전망’을 발표했는데,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예상치를 지난 5월 내놨던 -0.2%에서 -1.3%로 1.1%포인트 하향 조정했습니다. 당초 예상보다 코로나 사태가 조기에 잡히지 않으면서입니다.
그런데 거리두기 3단계에 돌입한다면 -1.3% 성장률조차 낙관적인 것이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1.3% 성장률은 거리두기가 현재 수준이라는 가정 하에서 나온 수치여서입니다. 한은은 거리두기 강화 가능성은 뺀 채, 이번 코로나 재확산이 연초와 비슷한 기간 동안 지속되고 이후에는 국지적 확산이 간헐적으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는 전제만 했습니다.
정부는 지난 11일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기존 -1.2%에서 -0.8%로 상향 조정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해왔습니다. 그런데 3단계 거리두기에 돌입하는 경우 다시 시계가 거꾸로 되돌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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