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야니家 ISD서 쓴맛 본 우리 정부…뒤늦게 대응태세 갖춘다

이연호 기자I 2020.07.22 05:47:00

다야니가 ISD서 730억 배상 첫 패소…정부 대응 도마에
조 단위 론스타·엘리엇 ISD 판정 앞두고 우려 높아져
법무부 전담 科 신설…"법무부보단 전담 대비체계 필요"
"관련정보 투명하게 공개…정부법무공단도 역할해야"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작년 말 한국 정부가 이란 다야니가(家)와의 투자자-국가 간 분쟁(ISD) 판정에서 패소하면서 약 730억원을 배상하게 된 것을 계기로 정부의 허술한 ISD 대응능력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정부는 뒤늦게 최근 법무부에 전담 과를 신설하는 등 조(兆) 단위의 론스타 및 엘리엇 ISD 판정을 앞두고 준비 태세를 갖춰가고 있는 모양새지만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전문성을 축적할 수 있는 조직 체계와 절차를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의당 심상정(사진 가운데) 대표와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지난해 11월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론스타 엘리스 쇼트 부회장, 마이클 톰슨 법률고문, 스티븐 리 한국 대표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0년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과정에서 불거진 이란 다야니가와의 ISD 소송에서 우리 정부는 애초에 ISD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로 일관했다. 대우일렉 채권단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국가기관이 아닌 공공기관이라는 논리였지만 최종 패소하며 쓴맛을 톡톡히 봤다. 정부의 ISD에 대한 총체적 무지와 안일함이 낳은 결과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따라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제기한 5조원 규모의 ISD 판정,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제기한 1조원 규모의 ISD 판정을 앞두고 있는 정부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자칫 다야니가 패소가 본게임 격인 론스타 및 엘리엇과의 ISD마저 불리하게 만들 수 있다는 관측 때문. 앞서 론스타와 엘리엇은 모두 다야니가와 마찬가지로 우리 정부의 공정·공평 대우 원칙 위반을 이유로 소를 제기했다.

최근 이처럼 늘어나는 국제분쟁에 신속히 대응하자는 취지로 법무부가 국제분쟁 전담 부서인 국제분쟁대응과를 신설하기로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좀 더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제3의 기관이 ISD 소송을 전담하며 전문적인 대비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최 교수는 “법무부가 그런 걸 하는 데 적합한 기관이냐부터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국내법적인 해석이 아니라 외국과 체결한 조약 상의 의무가 지켜지느냐 여부 즉 국제법적인 사안에 대한 해석의 문제”라며 “조약을 직접 체결한 부처나 조약 진행 과정 중 해석의 노하우가 쌓인 기관이 담당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법무를 다루는 부처라고 해서 법무부에 해당 업무를 맡기는 것 자체가 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나아가 최 교수는 관련 정보를 축적하고 공유해 전문적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나의 종합적인 체제를 완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ISD 관련해서 소송 진행이라든지 패소의 원인이라든지 관련 정보라든지 이런 것들을 캐비닛에 묻어둘 게 아니라 그것들을 분석해서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일종의 역서를 편찬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한 조직과 절차를 분명히 갖추고 이런 노하우들이 자연스레 계승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관련 정보들을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송기호 변호사는 “정부가 철저하게 해당 사건의 실체적 쟁점을 언론에 정확히 알려 문제 해결을 위한 합리적 여론이 형성되도록 해야 한다”며 “또 현재까지 ISD사건에서 어떠한 역할도 못하고 있는 정부법무공단의 대응능력도 지속적으로 높여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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