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산재 사고 줄이기 CEO 의지에 달렸다

김소연 기자I 2020.06.04 05:00:00

'안전관리 소홀' 공공기관장 해임 건의 등
공공부문 안전 우선 문화 정착하자 산재 줄어
1분기 사고사망 253명…안전경영 경각심 높여야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2019년 산재 사고 사망자는 855명으로 2018년에 비해 116명(11.9%) 줄었다. 산재사고 사망자 통계를 시작한 1999년 이후 가장 많이 줄어든 규모다. 공공기관이 발주한 각종 사업과 공사장에서 사망한 근로자는 절반 가까이 줄었다.

‘사람이 먼저’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소신과 의지에 힘입은 바가 컸다. 문 대통령은 ‘산업재해 절반으로 줄이기’를 주요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수시로 챙겼다. 정부는 2022년까지 공공기관 산재 사망자 60% 감축을 목표로, 공공부문부터 안전을 우선시하는 문화를 정착하겠다고 약속했다.

공공기관들이 사활을 거는 경영평가 배점을 대폭 높여, 산재다발 사업장이 있는 공공기관은 평가에서 불이익을 주고 중대 산업재해에 귀책사유가 있는 기관장은 사표를 받도록 했다. 이같은 노력 덕에 공공기관 산재는 급감 추세다. 지난해 24개 주요 공공기관(한해 공사발주 규모가 1000억원 이상)이 발주한 공사 현장에서 산재 사고로 총 25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에는 46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이같은 성과에도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 등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공공기관 산재가 급감했다는 보고를 받고 기뻐하기에 앞서 산재 사고사망자가 전혀 줄지 않고 있거나 오히려 늘어난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그 사유를 파악하고 강력히 경고조치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안전에 관심을 기울이고 사고 사망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 기관과 아닌 기관을 구분해 다르게 평가하라는 것이다.

급감한 지난해 공공부문 산재사고 사망자 현황을 보면 국가든, 부처든, 기관이든 최고 책임자가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냐에 따라 후진국형 산재 사망은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대통령이 의지를 보이고, 기관장이 관심을 기울인 덕에 수십명이 목숨을 구한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정부는 지난해 3월 발표한 ‘공공기관 작업장 안전강화 대책’에 따라 공공기관에서 발주한 공사를 포함한 사고사망 재해 현황을 분기마다 공개하고 있다. 정부가 공개한 현황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공공기관 작업장에서 산재 사고로 5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 3월 한국전력공사 노동자 1명이 전선 연결작업을 하다 감전돼 사망했다. 비슷한 시기에 한국공항공사에서는 하청업체 작업자가 캐노피 위에 올라가 물세척 청소를 하던 중 추락해 사망했다.

공공기관이 발주한 공사에서도 여전히 사망사고가 발생한다. 지난 2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아파트 건설 공사현장에서 2명이 사망했고, 지난 3월 한국도로공사가 발주한 나들목 개량공사 현장에서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2020년 1분기 공공기관 사고사망 현황. 재해현황은 지방고용노동관서 근로감독관이 재해원인 조사를 실시한 기준으로 작성한 자료로, 유족급여 지급에 따른 산업재해 발생현황과는 다름. 고용부 제공.
그나마 정부가 강력히 관리하는 공공부문은 나은 편이다. 민간에서는 매년 10만명이 넘는 노동자가 사고나 질병으로, 다치거나 목숨을 잃고 있다.

공공부문과 민간을 모두 합쳐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3개월 동안 산재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만 253명이다. 지난해 1분기에 비해 오히려 사고사망자가 12명이 늘었다. 사망만인율(1만명당 사망자 수)은 0.3퍼밀리아드로, 전년 동기 대비 0.01퍼밀리아드 포인트 늘어났다.

사고 사망자의 절반이 건설업에서 발생하는 상황도 여전하다. 올해 1분기 건설현장에서 131명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

특히 지난 5월 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고로 38명의 희생자가 발생하는 등 대형 사고로 수십명이 목숨을 잃는 후진국형 산재가 이어지고 있다.

산재 사망 다발 사업장으로 악명 높은 현대중공업에서는 연이어 산재 사고로 목숨을 잃는 희생자가 나와 고용노동부가 특별감독까지 실시했지만 특별감독 종료 바로 다음날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고용부는 이천 화재사고를 계기로 사망자가 발생하면 사업주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산재 사망사고가 계속 발생함에도 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낮다는 인식에 따라 실질적인 처벌 수준, 양형 기준을 높여달라고 대법원에 요청했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대형 인명사고나 동일한 유형의 사고가 반복돼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사고가 난 경우에는 엄정한 처벌을 받아야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제고될 것”이라고 했다.

공공부문뿐 아니라 민간부문에서도 사업주가 책임지고 사고 사망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안전한 일터를 제공할 의무는 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주에 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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