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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의 미국in]최악 경제지표에도 뉴욕증시는 고공행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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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 기자I 2020.05.03 10:00:00

파월의 연준 '무제한적' 돈풀기로 증시 부양
치료제 긴급승인 등 커지는 경제 재개 기대감
그러나 코로나 종식 갈길 멀어.."2차 유행할 것"
V자형 아닌 U자형 또는 L자형 침체 전망도

사진=AFP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6주새 3030만명 실직+1분기 4.3% 역성장 및 2분기 40%대 역성장 우려’ Vs ‘다우지수·S&P 500지수, 33년 만에 최대폭 상승’

‘코로나19의 충격’ 속에 미국 경제는 말 그대로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그런데도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등 뉴욕증시는 지난 4월 한 달간 월간 상승률이 1987년 이후 33년만에 최대폭을 기록했다. 메인스트리트(실물경제·main street)와 월스트리트(금융가·wall street) 간 이 같은 괴리를 만든 일등공신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다.

파월, 되레 트럼프에 “돈 풀라” 압박

5월의 시작은 코로나19 책임론을 둘러싼 미·중 갈등 가능성과 아마존 등 기술기업들의 실적 부진 등의 여파로 빠지긴 했지만, 뉴욕증시는 지난 4월 엄청난 도약을 이뤘다. 다우지수와 S&P 500지수는 한 달간 각각 11.1%와 12.7%씩 뛰었다. 지난 3월23일 이후 30%나 급등한 수치다.

이유는 충분하다. 3조달러에 육박하는 4차례에 걸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미 의회의 부양책, 바주카포를 넘어 ‘핵폭탄’ 급으로 돈을 쏟아붓는 연준의 역대급 통화완화정책이 그 뒷배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조나스 골터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이끄는 각국 중앙은행은 금융시스템 후퇴를 막기 위해 비상한 노력을 기울였다”며 “아직 최악의 경제지표는 나오지 않았지만, 나오더라도 반드시 증시 랠리를 막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낙관했다.

향후 미국의 부양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달 3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재정적자는 중대한 문제지만,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이기는 데 방해가 돼선 안 된다”며 사실상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미 의회를 향해 ‘돈을 더 풀라’고 압박했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돈을 풀라’는 요구에 시달렸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나아가 파월 의장은 “경제가 회복 궤도에 들어설 때까지 선제적·공격적으로 권한을 사용하겠다”며 그 어느 때보다 강한 톤으로 연준 차원의 지원을 시사했다. CNBC방송·AP통신 등 미 언론이 일제히 “시장 기대보다 더 강력한 선언”이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UBS의 웰스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마크 해펠은 “최근 몇 주간의 추세는 ‘오는 6월부터 미 경제가 정상상태로 복귀하는 것’을 전제로 한 상향 시나리오의 길을 열었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AFP
코로나19 사태에도 유동성이 끌어올린 주가

사실 월스트리트의 움직임은 메인스트리트보다 앞서는 게 일반적이다. 즉, 투자자들은 최소 3개월, 늦어도 6개월 정도의 미래를 예측해 투자한다. 문제는 랠리 중인 시장이 향후 닥칠지 모르는 ‘위험’을 너무 간과하는 것 아니냐는 점이다.

코로나19의 잠재적 치료제로 평가받던 렘데시비르에 대한 미 보건당국의 ‘긴급사용’ 승인 소식, 백신이 내년 1월까지 생산될 수 있다는 관측 등 희망적인 뉴스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올가을 코로나19의 2차 유행이 발생할 것으로 거의 확신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 미네소타대 감염병연구정책센터(CIDRAP)는 전체 인구의 60~70%가 감염될 때까지 앞으로 18개월∼2년 더 유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파월 의장도 회견에서 통상 ‘내년 정도’를 일컫는 중기 전망에 대해 “상당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코로나19의 불확실성이 워낙 큰 만큼 이번 사태가 단기적으로 끝날 문제는 아니라고 본 것이다.

코로나 종식해도 과거의 삶 회귀 불가능

락다운(봉쇄·lockdown)이 풀리고 경제 재가동이 본격화한다고 해도, 실물경제가 바로 살아나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많다. 백신이라는 ‘구세주’가 나오기 전까지 코로나19에 대한 공포로 소비심리가 위축될 수 밖에 없어서다. 미국의 저축률이 2월 8%에서 3월 13.1%로 급상승했다는 미 재무부의 발표는 이를 극명하게 방증한다.

이는 소위 ‘V’자 형태의 가파른 반등이 아닌, ‘U’자 형의 ‘횡보 후 회복’ 또는 ‘L’자 형의 ‘장기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일각에선 강력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이 뒤따를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온다.

미 컬럼비아대 비즈니스스쿨의 로라 벨드캠프 교수는 “시장의 움직임은 너무 장밋빛인 것 같다”며 “우리는 다시 과거와 같은 삶(normal life)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당장 나만 하더라도 (코로나19 국면에서) 집에서 (화상으로) 학회에 참석하는 걸 배웠다”며 “위험을 무릅쓰고 (뉴욕의) 라과디아 공항이나 (시카고의) 오헤어 공항을 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누빈(Nuveen)의 수석투자전략가인 브라이언 닉은 “현재 시장은 완만한 경기 회복을 상정해 가격을 책정하고 있지만, 우리는 이를 기대하지 않는 것이 낫다”며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와일드카드(미지수)이기 때문”이라고 경고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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