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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In]파는 보험사나 가입하는 고객이나 '계륵'같은 여행자보험

유재희 기자I 2019.07.10 06:00:00

해외여행객 年3000만 시대…외면 받는 여행자보험

[그래픽=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올 여름 발리 가족여행을 계획 중인 김나래(43·여)씨는 일찌감치 한 대형 여행사를 통해 항공권을 예매했다. 김씨는 항공권 예매 절차 중 여행자 보험 가입 옵션이 눈에 띄어 내용을 확인하다 그냥 덮었다. 보험기간 8일로 짜여진 보험 플랜 상 세 가족의 ‘표준형’ 보험료가 총 13만원 수준으로 책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보장내용은 상해사망후유장애 보상은 물론 상해·질병 치료에 대한 의료비, 중대사고시 구조상환비용, 항공기납치, 항공기 및 수화물 지연, 휴대품 손해, 여권분실 후 재발급비용, 상해사망시 신용카드사용액보상, 배상책임까지 다양했지만 그동안 해외여행에서 작은 사고도 없었던 데다 보험료가 너무 비싸다는 생각에 가입 필요성을 못 느꼈다.

본격적인 여름휴가철을 맞아 ‘어쩌다 닥칠 일’을 대비한 여행자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출국자들중 여행자보험을 본인이 조목조목 따져서 가입하는 소비자는 몇 명이나 될까.

◇소비자, 챙길 서류 많은데 보상↓…가입률 10% 이하

9일 보험연구원, 금융감독원, 한국관광공사 등에 따르면 해외 여행자수(내국인 출국자 기준)는 2014년 1608만명, 2015년 1931만명, 2016년 2238만명, 2017년 2650만명으로 매년 16%씩 증가하고 있다. 같은 기간 해외출국자수대비 여행자보험 가입률은 평균 10%이하에 머물러 있다. 미국이나 영국의 여행자보험 가입률이 각각 34.1%, 75%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저조한 수준이다.

해외여행이 늘면서 그만큼 사고발생위험도 높아지고 있는데 여행자보험 가입률은 왜 제자리를 맴돌고 있을까. 우선 소비자 입장에서는 ‘짧은 여행 기간 중 무슨 일이 있겠어’라는 위험에 대한 인식 부족과 보험료가 적정 수준인지에 대한 불신, 가입 및 보험금 청구절차의 번거로움 등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패키지여행이나 환전 등 여행 관련 서비스에 부수적으로 제공된 여행자보험(결합해외여행자보험)을 경험한 소비자들이 부족한 보상 규모나 보상 절차 등에 실망하면서 여행자보험 전반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많은 여행객들이 여행자보험을 결합해외여행자보험으로 접한다. 이는 패키지여행(여행사)이나 환전(은행), 로밍(통신사) 등 해외여행 관련 상품과 서비스 이용시 제공업체에서 일괄적으로 가입해 주는 상품이다. 이 상품은 해외 질병의료비를 보장해주지 않거나 100만원 이내로 보장해주는 등 보장이 충분하지 않아 여행객들의 불만이 컸다. 여기에 일괄 가입방식이다 보니 보험약관에 대해 설명을 듣지 못하는 사례가 많아 보장범위나 보장금액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홍민지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결합여행자보험의 경우 여행자에게 보험관련 정보가 충분히 전달되도록 설명의무를 강화해 보장내용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확대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행자보험 ‘박리다매’ 상품…보험사도 홍보·개발 뒷전

보험사들도 여행자보험이 일회성, 단기성 보험이다 보니 상품 홍보나 개발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지적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여행자보험은 1인당 1만원 정도의 저렴한 보험료 때문에 박리다매 또는 ‘계륵’ 같은 상품으로 불린다”며 “손해율이 낮고 개인정보 확보 등에서 이점이 있어 상품은 꾸준히 출시하시면서도 수년 간 보장 내용이나 가입·보험금 지급 절차 등 상품의 업그레이드를 소홀히 한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7년 6월까지 해외여행자보험의 평균 손해율은 40%다. 보험가입자로부터 100원의 보험료를 받아 보험금으로 40원만 지급한 셈이다.

문제는 해외 여행 중 큰 사고가 아니더라도 음식 및 환경 차이로 질병이 발생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치안이 좋지 않은 국가에서 절도나 도난 피해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점이다. 제대로 된 안전장치 없이 여행에 나섰다가 자칫 여행이 악몽이 될 수도 있는 상황.

◇“절차 간소화, 맞춤형 상품 나와야”

여행자보험의 가입률을 높여 여행객들의 안전장치로 작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선 까다로운 절차 등이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여행자보험의 손해율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보험료가 비싸거나 보험금 받기가 쉽지 않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일례로 해외여행 중 상해나 질병 발생 시 의료기관의 진단서, 치료비, 영수증을 챙겨야 하고 도난사고 발생 시에는 도난사고 사실을 인근 경찰서에 신고하고 도난 품목을 작성한 경찰 확인서를 발급받거나 목격자를 확보해 목격자 진술서를 받아야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해외여행자보험의 사고 유형이 해외의료비(53%)와 휴대품 분실(39%)이 가장 높다는 것을 고려할 때 보험 가입자들이 보험금 청구 절차에 대한 불만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와 관련,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여행자보험은 해외에서 발생한 보험사고에 대해 국내에서 보험금을 청구해야 하는 특성으로 일반 보험에 비해 구비서류가 많고 청구절차가 복잡하다”며 “호주, 독일, 미국 등에선 별도의 서류 제출이나 보험금 청구과정 없이 전화 한 통으로 간단하게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제도(Passport Card 등 활용)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도 보험금청구 절차를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여행자보험이 활성화하기 위해 보험회사는 획일화된 상품 구조에서 벗어나 여행자의 나이와 여행지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여행자보험 보장 상품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혁신적인 기술 활용을 통해 소비자의 접근성과 편의성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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