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진(사진·55) 국회미래연구원장은 이데일리 인터뷰에서 “정부의 경제 관련 기능을 대폭 줄여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회미래연구원은 국가 중장기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작년 5월 출범한 국회의장 직속 싱크탱크다. 연구원은 정부조직 개편안 등을 담은 ‘국가장기발전전략’ 종합보고서를 준비 중이다. 문재인정부 하반기에 ‘국회발(發) 정부개혁’ 논의 물꼬를 트겠다는 게 박 원장의 구상이다.
◇내년 초 ‘국가장기발전전략’ 발표…“국가체제 개편”
이미 종합보고서는 기획안대로 순조롭게 작성되고 있다. 지난해 미래연구원은 세계적 인용 색인 데이터베이스(DB)인 스코퍼스(SCOPUS)에 등재된 지난 10년 치 논문에서 ‘미래’(future) 키워드 약 20만개를 분석했다. 이어 2050년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13대 분야를 선정했다. 이는 기후변화, 에너지·자원, 북한, 국제정치, 식량·수자원, 정주 여건, 인구·사회, 정치·행정, 경제, 사람, 정보기술(IT), 바이오기술(BT), 우주기술(ST)이다.
13대 분야별 미래예측과 개혁과제가 종합보고서에 담기게 된다. 정부조직 개편안은 국가체제 개편 취지로 종합보고서 개혁과제에 포함될 예정이다.
박 원장은 “정부가 그만 할 일과 더 할 일부터 규정하자”며 정부개혁을 강조했다. 박 원장이 밝힌 ‘그만 할 일’은 민간 기업에 정부 예산을 쏟는 일이다. 그는 “정부는 돈을 나눠주면서 규제를 유지하고 관(官)의 힘을 키운다. 고위공무원은 퇴직 후 자리도 보장받는다”며 “이런 정부 개입이 커질수록 시장과 불협화음이 생기고 신속한 정책 결정이 힘들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박 원장이 지적한 ‘정부가 더 할 일’은 사회통합·질서유지·정책조정 기능이다. 복지, 치안, 사회적 갈등 조정 역할을 더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민간에 맡겨 놓을수록 잘 되는 상품·자본·외환시장의 경우 규제를 풀고 정부 기능을 축소해야 한다”며 “오히려 정부는 일자리, 노동개혁 등 정책조정이 필요한 노동시장 쪽에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아울러 부처별 평가도 진행한다. 부처별로 발표하는 중장기발전계획이 제대로 짜였는지 연례 평가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박 원장은 “행정부가 법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중장기 계획이 약 500개에 달하는데, 부실하게 작성되거나 제대로 된 점검도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국가 미래가 제대로 가려면 행정부 계획부터 제대로 세워야 한다. ‘미래영향평가’ 제도를 도입해 행정부를 긴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文정부, 유연하고 신속한 정부 돼야”
박 원장은 이 같은 정부개혁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 “변화의 속도가 빠른 시대에는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정부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작년에 ‘2050년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13대 분야’ 주제로 연구용역을 진행했는데, 한국의 미래가 암울했다”며 “미래를 바꾸려면 묘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부터 변화해야 미래의 도전을 헤쳐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3년 차에 접어든 문재인정부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소득주도성장의 방향이 맞지만 수단이 옳았는지 끊임없이 생각했어야 했다. 최저임금 등 소득주도성장의 수단에 대해선 필요하다면 유연성, 신속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과거에 집착해 정책을 결정하는데 시간을 끌지 않았으면 한다. 유연하고 신속한 정부가 돼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미래연구원은 이르면 이달부터 13개 부문별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