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소연아. 나는 소연이랑 놀아주려고 온 악어선생님이야. 그 토끼 인형 되게 귀엽다. 이름이 뭐니?”
“잘하셨어요. 모든 아이의 인형에는 이름이 있습니다. 인형 이름을 물어보면 아이와 쉽게 친해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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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방문한 서울 성동구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서는 돌봄 교사들을 위한 째깍악어의 모의 실습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진행자가 교사들에게 임의의 상황을 제시하면 각자 즉흥적인 돌봄 계획을 발표하는 방식이었다. 이날 모인 대여섯 명의 돌봄 교사는 째깍악어 세계에서 아직 부화하지 못한 ‘악어알(예비 돌봄 교사)’이었다.
◇ 교사 선발은 까다롭게, 돌봄 신청은 손쉽게
째깍악어에는 6000여 명의 악어알이 있다. 서류 제출과 인·적성 검사, 범죄이력조회, 면접과 교육, 동영상 프로필 촬영 등 모든 절차를 마치면 비로소 ‘악어(정식 돌봄 교사)’가 된다. 현재 째깍악어 앱에 등록된 악어는 1000여 명이다. 이들은 모두 유치원 정교사 또는 보육교사 자격증을 가진 전문가이거나 교육, 어학, 예체능 등을 전공한 4년제 대학생이다.
째깍악어가 이런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돌봄 교사를 뽑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정부나 어린이집에서 제공하는 돌봄 서비스는 아이를 봐주는 교사에 대한 정보가 현저히 부족해 부모들이 선뜻 신청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 직장에 다니면서 아이를 키워봤던 김희정 째깍악어 대표는 ‘믿을만한 돌봄 교사 한 명만 알고 있어도 직장생활을 하는 부모들에게는 큰 힘이 된다’는 믿음으로 2016년 째깍악어를 설립했다. 교사 선발은 까다롭게, 돌봄 신청은 손쉽게. 김 대표가 추구하는 째깍악어의 방향성이다.
육아 가정을 위해 ‘오늘 돌봄’, ‘밤중 신청’, ‘주말 신청’도 모두 열어둔다. “일요일 밤 11시에 다음 날인 월요일 아침 9시 돌봄을 신청하는 부모도 있어요. 아이를 재우고 난 뒤에야 겨우 시간을 내 신청하는 경우죠.” 이런 급한 신청도 째깍악어에서는 대개 10분 안에 교사가 매칭된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만약을 대비한 ‘365일 긴급돌봄상담실’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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째깍악어 앱을 깔고 간단한 아이 정보를 입력하면 ‘한 번만’ 필요한지 ‘여러 번’ 필요한지를 선택하게 된다. ‘여러 번’ 필요하다면 ‘정기적’인지 ‘비정기적’인지를 선택하고, 원하는 시간과 지역을 입력해 공고를 내면 된다. 가능한 돌봄교사들이 공고를 보고 지원하면 프로필을 보고 마음에 드는 교사를 선택하면 끝.
모든 프로필에는 교사의 동영상이 첨부돼 있다. 사진만으로 부족하다는 부모들의 요청을 반영한 서비스다. 무작위로 한 명을 선택해 눌러봤다. “안녕하세요. 째깍악어 선생님 박한나입니다. 저는 전공이 연극영화과여서 연극 놀이, 역할 놀이에 자신이 있습니다. 구연동화와 뛰어노는 놀이도 모두 가능하니까 언제든 찾아주세요.”
프로필 하단에는 돌봄을 마친 교사가 직접 작성한 노트와 다른 부모들이 교사를 평가한 리뷰도 볼 수 있다. 이전에 만났던 교사나 특별히 인기가 많은 교사(인기악어), 취약계층을 위해 시급을 낮춘 교사(봉사악어)는 따로 표시된다. 인공지능(AI)를 이용해 내 아이 성향, 내 육아 태도와 비슷한 회원이 만족했던 교사를 추천받을 수도 있다.
시간당 가격은 대학생 교사가 1만4000원, 전문 보육교사가 1만8000원이다. 돌봄 시간이나 회원 등급에 따라 추가적으로 할인이 적용되고 취약계층에게는 30%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된다. 정부 서비스와 비교하면 가격이 조금 높지만, 그만큼 편의성과 신뢰도, 만족감이 높다는 것이 부모들의 솔직한 평가다.
특이한 점은 째깍악어가 가격을 할인해주는 취약계층의 기준이 정부가 정한 기준보다 낮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장애아이를 둔 가정은 법적으로 취약계층이 아니더라도 할인받을 수 있다. 아픈 오빠를 돌보는 엄마가 한 번도 자신을 데리러 오지 않았다는 한 여자아이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김 대표가 직접 세운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