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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킹맘]열에 한 가구는 한부모가정…41%가 저소득층

송이라 기자I 2018.09.04 06:30:00

가족 구성 다양화로 한부모가정↑..母子가정이 절반
미혼모 월소득 92.3만원…양육비 받는 가구 10% 그쳐
양육비이행법 제정 3년…미지급 강제수단 없어 한계
임신부터 위기…주거·일자리 등 복합지원해야

일러스트=심재원(그림에다) 작가
[이데일리 송이라 김소연 기자] 이혼과 사별, 비혼(非婚)으로 인한 한부모 가정이 10가구 중 1가구를 넘어섰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한부모 가정이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냉담한 사회인식에 따른 고통을 호소한다. 특히 결혼을 하지 않은 채 아이를 낳은 미혼모들은 정부 지원에서 비켜나 있어 더 어렵다.

전문가들은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촘촘한 복지혜택 제공과 양육비 이행을 강제할 제도적 장치, 다양한 가족 구성을 포용하는 사회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10가구 중 1가구는 ‘한부모가족’…41%는 저소득층

통계청이 내놓은 장래가구추계에 따르면 한부모 가구는 매년 증가추세다. 2013년 188만 가구에서 지난해 212만7000가구로 4년새 13.1%(24만 7000가구)나 증가했다. 통계집계 이후 최대치다. 한부모 가구비율은 10.9%까지 치솟았다. 10가구 중 1가구가 한부모가족인 셈이다. 가구 구성은 ‘모자(母子)’ 가구가 47.3%로 가장 많고 ‘부자’(父子) 가구가 19.8%, ‘모자+기타’ 가구가 17.8%다.

한부모 가정의 가장 큰 고충은 경제적 궁핍이다. 이들은 자녀를 양육하는 동시에 경제활동을 병행해야 한다. 육아부담 탓에 기회가 있어도 정규직 일자리를 포기한 채 비정규직·파트타임직 등 고용이 불안정한 직장을 전전할 수 밖에 없다.

2015년 기준 한부모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89만6000원으로 같은 해 전체 평균 가구 처분가능소득인 430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부모 가장 중 임시직 및 일용 근로자 비율이 36.7%로 가장 많다. 자영업이나 무급도 15.3%나 된다.

미혼모 가구의 상황은 더 열악하다. 이혼 한부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령이 낮아 경제적 능력이 떨어지고, 임신·출산 과정에서 경력단절이 뒤따른다.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출산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가족과 단절되는 경우도 많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미취학 자녀를 양육 중인 미혼모 10~40대 3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이들의 월평균 소득은 92만3000원에 불과했다. 10명 중 6명은 근로소득이 없고 이중 10%는 아예 소득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정부는 만 14세 미만 자녀를 키우는 한부모가족에 매달 아동양육비 13만원을 지급하고 조손 및 미혼모(부) 한부모에게는 월 5만원을 추가로 지원한다. 기초생활수급 생계비지원 대상으로 지정되면 월 100만원 내외의 최저생계비를 지원받을 수 있지만 생계비 지원대상자는 한부모 아동양육비 중복 수급이 불가능하다.

홀로 아이를 낳은 뒤 미혼모자립시설에 들어온 성지은(44)씨. 그는 “식당일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사람을 필요로 하는 시간은 주로 저녁시간과 주말인데 어린 아이를 홀로 키우고 있어서 일하러 간 사이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어 불가능했다”고 했다.

성씨는 “모자원에 들어온 뒤에는 시설수급자에게 주는 월 46만원과 아이를 낳기 전에 모아놓은 돈으로 생활하고 있다. 앞으로 생계를 어떻게 꾸려갈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일하고 싶어도 일을 할 수 없다보니 한부모가정 41%가 기초생활수급이나 차상위계층 등 저소득층이다.

여성가족부는 내년부터 한부모가정에 지급하는 자녀양육비를 13만원에서 20만원으로 늘리고 지급연령도 기존 만14세에서 만18세 미만으로 확대한다. 이를 위해 한부모 지원 예산을 2배 증액할 계획이지만, 한부모가정이 인간적인 삶을 유지하도록 돕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임신부터 위기…주거·일자리 등 복합지원해야

한부모가족이 저소득층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가장 큰 요인은 주거 문제다. 정부는 이들에게 임대주택 1순위 신청자격을 부여해주고 전세임대 즉시지원제도를 통해 9000만원(수도권 기준)까지 전세보증금을 지원해준다. 매월 내야 하는 이자는 14만원쯤이다.

그러나 지원금액 9000만원에 대한 자기부담금 5%(450만원)를 요구하는데 이를 부담할 수 있는 미혼모들은 많지 않다. 설사 자기부담금을 낼 수 있다고 해도 9000만원으로 서울·경기 지역에서 전셋집 찾기가 쉽지 않다.

유미숙 한국미혼모네트워크 팀장은 “경제적 능력 없다보니 전세 보증금을 낼 수 있는 미혼모들은 거의 없다”며 “대부분 기초생활수급자 지원금을 받아 월세를 내며 근근이 살아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이 아이를 키우면서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게 도와야 하는데 지금의 제도는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이 많다”며 “현재 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한부모가족이 얼마나 있는지에 대한 통계조차 없다”고 꼬집었다.

미혼모들이 가장 절실히 도움을 필요로 하는 때인 임신기간은 또 다른 사각지대다.

오영나 한국미혼모네트워크대표는 “미혼모들 대부분 가족에게도 외면당해 집을 나와 모텔이나 찜질방을 전전한다”며 “산부인과 병원비가 필요하니 휴대폰 소액결제나 카드 현금서비스 등으로 급전을 조달하다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사례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임신 자체가 위기상황인 미혼모들을 위한 긴급생계비 지원 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미혼모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해서는 돌봄정책도 상황에 맞게 개선해 확대할 필요가 있다. 아이돌보미 서비스는 취업한 한부모가 일순위다.

구직중인 한부모는 우선순위에서 밀려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

싱글맘 김은성(가명·36)씨는 “취업교육을 받았는데 하루에 9시간씩 교육이 진행하는데다 왕복 이동시간까지 합치면 꼬박 11~12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아이를 돌봐줄 곳이 마땅치 않아 일주일 만에 결국 포기했다”고 말했다.

김희주 협성대 가정복지학과 교수는 “미혼모는 경제적으로 가장 취약한 계층”이라며 “노동정책과 돌봄정책이 같이 가야한다. 미혼모가 안정된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교육·지원하고 아이 돌봄이 필요한 시기에 국가에서 돌봄을 책임져야 미혼모가 자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선진국선 양육비 미지급 아동학대로 간주해 처벌

한부모 가정이 아이를 키우지 않는 아이 아빠(혹은 엄마)로부터 양육비를 꾸준히 받는 경우는 드물다. 이혼소송 후 양육비 지급 판결을 받았어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사례가 많은데다 양육비 청구소송을 하려해도 비용과 시간 부담이 크기에 결국 포기하기 일쑤다. 미혼모의 경우 출산을 두고 아이 아빠와 겪는 갈등 속에서 연락을 끊거나 친권을 행사하지 않는 조건에 애초에 양육비를 포기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미혼모 중 아이 아빠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는 비율은 11.7%에 불과하다. 정부는 지난 2015년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양육비이행관리원을 설립했지만 양육비를 받아낼 수 있는 강제력이 부족한 탓에 한계가 있다.

이혼 후 두 아이를 홀로 양육 중인 김은미(가명)씨는 “이혼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양육비를 받은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재산도 전부 차명으로 돌려놓고 양육비이행관리원 도움도 받아보려 했는데 연락조차 닿지 않아 결국 포기했다. 서류 만들고 왔다갔다 하는데 시간과 비용만 허비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도 미국이나 덴마크, 스웨덴 등 선진국처럼 양육비 미지급 행위를 아동학대로 규정해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들 국가들은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월급에서 차압하거나 운전면허를 정지하는 등 강력한 징구수단을 갖고 있다. 양육비를 받는데 시간이 걸릴 때는 정부에서 미리 선불로 준 후 나중에 상대방에게 청구할 수도 있다. 국내에서도 2004년 이후 양육비 대지급 제도 관련 법이 꾸준히 발의됐으나재정부담 등을 이유로 이유로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니클라스 뢰프그렌(Niklas Lofgren) 스웨덴 사회보험청 아동가족국 가족경제과 대변인은 “1997년 양육비선불정책이 마련되기 전에는 직접 당사자가 법정에 가서 승소를 해야 양육비를 받을 수 있었다”며 “부부의 이혼여부와는 관계없이 남겨진 아이가 경제적으로 안정감 있게 자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에 제도개선을 했고 실제 출산율 상승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우리 법 제도는 아직도 양육비 미지급을 단순 채권·채무관계로 보지만 선진국은 아동학대로 간주해 미지급에 대한 강력한 징구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며 “우리도 궁극적으로는 이런 방향으로 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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