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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법 체계서도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논의 '활발'

김형욱 기자I 2018.08.23 06:00:09

[車법에 징벌적 손배 도입]⑥
중·러는 속속 도입…獨·佛도 논의중
영미법 체계 英·美선 이미 적극 활용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징벌적 손해배상(punitive damages)’ 제도는 영미법 기반의 영국과 미국 등 국가에서 일찌감치 도입해 활용해 왔으나 우리나라 같은 대륙법 체계에선 잘 활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2010년을 전후로 대륙법 체계의 국가에서도 도입 논의가 점차 활기를 띄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나라는 단연 미국이다. 우리나라도 제도 도입 과정에서 미국 사례를 주로 참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맥도날드 커피’ 사건이다. 1992년 고령의 할머니가 49센트짜리 커피를 쏟아 3도 화상을 입자 법원은 이를 ‘악의적 불법행위’로 간주해 손해배상금 16만달러 외에 이에 3배에 달하는 48만달러의 추가 배상 판결을 내렸다. 총 64만달러(약 7억원) 규모다.

미국에서 지금과 같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갖춰진 계기는 1967년 툴레(Toole) 사건이다. 제약 회사인 리처더슨-머렐은 백내장, 탈모 등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걸 인지했음에도 동맥경화 치료제 ‘MER/29’를 3개월 동안 40만명에게 복용케 했다. 그 결과 수천 명이 부작용을 일으켰고 1500명이 집단적으로 소송을 냈다.

이 과정에서 이 기업이 허위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등 위험을 숨긴 것이 드러나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이 사건 이후 미국 각 주(州)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통상 기업의 ‘악의적 고의’가 입증되면 실제 피해액의 2~4배, 최대 9배에 달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게 됐다. 불법행위자가 손해를 배상하고도 이득을 남겨서는 안된다는 취지다.

미국 법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관련 소송은 1977년 1611건으로 최고치에 달한 이후 최근까지도 매년 600~800건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1990년~2007년 사이 대규모 소송 40건의 배상 총액이 180억~190억달러(20조~21조원)에 달했다.

영국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영미법을 채택한 국가에선 대부분 징벌적 손해배상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처럼 유럽, 일본의 대륙법 성격의 법 체계를 도입한 국가에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다. 대륙법 체계 안에서는 이미 형사 처벌을 통해 잘못에 대한 ‘징벌’을 하는 만큼 손해배상을 위한 민사 재판에서 또다시 징벌적 성격의 비용을 부과하는 건 과도하거나 불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대륙법 체계 국가에서도 징벌적 손해배상이 속속 도입되거나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중국은 1993년 소비자권익보호법이나 식품안전법에 사실상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했다. 또 2010년엔 불법행위법상 제조물 책임조항에도 징벌적 손해배상을 명시적으로 규정했다. 대만 역시 소비자보호법 등 다양한 관련 법률에 이를 포함해 놓고 있다. 러시아도 2008년 실손해액의 최대 2배를 보상토록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독일과 프랑스 같은 유럽연합(EU) 주요국에서도 2000년대 이후 관련 제도의 도입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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