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섭 칼럼] 평창올림픽은 성공할 수 있을까

허영섭 기자I 2017.12.01 06:00:00
평창올림픽 열기는 롱패딩의 인기에서 달아오르고 있다. 아이돌 가수들이 즐겨 입는 차림이라는 점에서 모방심리가 작용했고 추위를 견딘다는 실용적 용도에 소비자들의 눈길이 끌렸을 법하다. 공식 라이선스를 내세운 유통업체의 마케팅 기술도 작용했을 것이다. 어쨌거나 올림픽 개막을 두 달여 앞둔 시점에서 관심을 새롭게 환기시켰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리스에서 채화된 올림픽 횃불이 이미 국내에 도착해 전국을 돌며 봉송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올림픽 개막에 맞춰 국내외 방문객들의 경기장 여행 편의를 도모하게 될 철도 및 항공시설도 대폭 확대되는 중이다. 서울에서 강릉까지 2시간 안에 주파하는 KTX경강선 고속철도가 시험 운행을 시작했으며, 인천공항에서는 올림픽에 참가하는 외국 선수단을 맞이하기 위해 제2터미널 공사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대회에 이어지는 ‘지구촌 축제’를 위해 만반의 준비가 차질없이 갖춰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관심이 정작 올림픽의 성공으로 이어질 것인지는 내다보기 어렵다. 돌아가는 분위기가 긍정적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대회를 제대로 치를 수나 있을까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티켓 판매율이 저조한 반면 경기장 주변업소들의 얄팍한 바가지 상술은 벌써부터 기승을 부리고 있다. 날씨가 어떻게 변덕을 부릴지도 염려스럽다. 행사를 치른 뒤 경기장 시설 처리 문제는 또 다른 고민거리다.

그중에서도 가장 우려되는 것은 핵·미사일을 과시하려는 북한의 도발이다. 엊그제도 대륙간탄도탄(ICBM)을 동해로 발사해 한반도 주변국들만 아니라 국제사회를 돌연 긴장하게 만들었다. 한동안 잠잠하더니만 기어코 다시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시험 발사 용인한다. 당과 조국을 위해 용감히 쏘라”는 김정은의 친필 서명은 올림픽 기간이라고 그냥 넘어가지 않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대회 참가를 거듭 촉구했던 우리 정부의 제의를 일거에 걷어찬 것이나 마찬가지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과 관련해 대회 참가에 유보적인 입장을 표명한 나라도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벌써 여럿이다. 혹시라도 선수단의 신변안전 문제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상황이 지금보다 더 악화될 소지가 크다는 게 문제다. 평창올림픽 기간을 전후해 모든 적대행위 중단을 촉구하는 유엔(UN)의 ‘휴전결의안’도 공허한 메아리로 끝나버릴 소지가 다분하다. 북한이 유엔 주도의 경제·외교 제재를 거부하는 입장에서 그 결의안을 순순히 따를 것이라고 간주한다는 자체가 순진한 생각이다.

이런 가운데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겠다는 일념으로 중국에 과도하게 매달리는 우리 정부의 태도도 안쓰럽기는 마찬가지다. 사드배치와 관련해 노골적인 보복이 이뤄졌고, 양국 합의에 따라 보복조치가 해제됐다고 하면서도 치졸한 뒤끝을 드러내고 있는 게 중국의 민낯이다. ‘봉인’됐다는 공식 발표에도 불구하고 사드에 대한 집요한 후속 요구는 끊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이 어떤 효과를 낼 수 있으며, 시진핑 주석을 평창올림픽에 초청한다 한들 무엇이 달라질는지 의문이다.

우리 내부적으로 평창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세계가 주목하는 잔치판을 벌인다고 하면서도 요즘 우리 사회의 분위기는 흥겹기는커녕 도리어 경계심으로 갈라져 있다. 적폐청산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한편에서는 공격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몸조심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다.

외국 손님을 맞이하기에 앞서 국민 모두가 화합을 이뤄야 하지만 정파와 이념, 지역으로 나뉘어 각각 다른 셈법을 꺼내들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식이라면 평창올림픽이 자칫 젊은이들의 롱패딩 에피소드로만 그치게 될까 염려스럽다. <논설실장>

2018 평창 동계올림픽·패럴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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