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규제로 인하여 구글이 한국 내에서 창업하기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사업이 17개나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드론을 이용한 배달사업이나, 자회사 칼리코를 통해 유전자 빅데이터를 수집 분석하여 노화의 비밀을 알아내고 난치병 치료법을 개발하는 AI 의료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형벌 등 법적 제재가 우리보다 훨씬 강한 미국에서 허용되는 이 사업들이 우리나라에서는 왜 불가능할까? 우리나라 법이 채택하고 있는 포지티브 규제 때문이다. 우리의 기업규제 특히 창업규제 관련법은 영국의 거품법보다 훨씬 치명적이다. 법에는 금지할 것만 정해놓고 나머지는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의 도입이 절실한 이유이다.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 인식의 개선이 있어야 한다. 우선, 법의 불완전성에 관한 것이다. 법은 불완전하고, 특히 새로운 기술에는 영원히 뒤쳐져 따라갈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신기술을 이용한 창업이나 투자 관련 사항에 법이 포지티브 방식의 규제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포지티브 규제는 산업화 시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두 번째는, 규제를 대하는 기본시각에 관한 문제이다. 융합의 시대에 신기술을 이용한 사업에는 타인의 이해나 권리의 침해가 어느 정도 수반되고, 사업간의 이해충돌도 다반사다. 규제를 통하여 이를 미리 해결하고 사업을 하는 시도는 불가능하거나, 실기하여 실익이 없다. 본질적 권리의 침해가 아니라면, 그 사업의 상품이나 서비스가 창출하는 효용의 가치가 침해되는 타인의 이익이나 권리의 가치를 능가하면 일단 사업을 허용하고 시장에서 자리 잡을 때까지는 규제를 하지 말아야 한다. 권리등의 침해는 배상으로 해결하고, 규제는 필요하다면 사후에 할 일이다.
규제개선은 역대 정부의 중점 과제였다. 이명박 정부는 ‘전봇대‘, 박근혜 정부는 ‘손톱 밑 가시’라 하여 규제철폐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현 정부의 핵심 정책기조 중 하나가 4차 산업혁명을 통한 혁신성장이다. 이를 위하여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첫 회의에서 규제혁파를 강조했다. 신산업 분야에서 ‘규제 샌드박스‘ 도입계획도 발표했다. 기대가 크다. 그러나 우려된다. 규제의 생명력은 억세게 질김을 알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의 규제철폐 시도가 구호나 시늉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규제는 살아남았고, 올가미는 더 강력해진 감마저 있다. 문재인 정부가 창업규제 철폐 전략을 과거와 달리 하여야 하는 이유이다. 규제철폐는 4차 산업혁명을 통한 혁신성장의 ‘알파와 오메가’다. 대영제국의 몰락을 초래한 거품법의 교훈을 거울삼아 네거티브 시스템을 채택하는 혁신적인 법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으로 필요충분하다. 전후후무한 산업진흥정책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나머지는 민간과 기업에 맡기면 된다. 정부와 공무원이 앞에 나서면 또 다른 규제 올가미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