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인수·합병(M&A) 비수기였던 올 상반기에는 사모투자펀드(PEF)의 바이아웃(Buy-out) 거래 보다 사업확장과 재무구조개선 등을 목적으로 한 기업(전략적 투자자) 간 M&A가 더 많았다.
◇동원산업 SK 넷마블 등 사업확장 M&A 가속
크로스보더 딜을 포함한 올 상반기 기업(전략적 투자자) 간 바이아웃 거래는 약 16조원 수준(잠정치)으로 이중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9조3384억원)가 절반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올 상반기중에는 동원산업의 동부익스프레스 인수자금 납입도 완료됐다. 동원산업은 KTB프라이빗에쿼티(PE)와 큐캐피탈파트너스 등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인 디벡홀딩스로부터 동부익스프레스를 4250억원에 인수함으로써 물류 사업을 수산, 식품, 포장재 사업에 이은 신성장동력으로 키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 거래는 양측간 줄다리기가 지속되면서 좌초될 우려도 제기됐지만 결국 동원산업의 전략적 선택에 따라 품에 안게 됐다.
SK㈜는 반도체 호황을 맞아 LG가 보유하고 있던 LG실트론 보유 지분(51%)을 6200억원에 사들인데 이어 KTB PE의 보유 지분(19.6%)과 채권단 보유 지분(29.4%) 전량을 약 4000억원에 인수했다. SK㈜가 LG실트론의 경영권 인수에 총 1조200억원가량을 투자한 셈이다. 채권단 보유 지분의 경우 최태원 회장이 직접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이 LG실트론에 공을 들인 이유는 SK하이닉스를 바탕으로 반도체 부문에서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LG실트론의 주력 제품인 웨이퍼는 반도체 산업 호황으로 지난해 이후 분기마다 가격이 10%씩 상승할 정도로 수급이 개선됐다.
사업확장을 위한 게임업체들의 크로스보더 딜도 눈에 띄었다. 넷마블은 올 1분기 미국 게임개발사 카밤(Kabam) 캐나다 벤쿠버 스튜디오를 총 9200억원에 인수 완료했다. 앞서 넷마블은 지난해 7월 미국 자회사 잼시티가 현지 ‘마블 어벤저스 아카데미’ 제작사 타이니코를 인수하는 등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M&A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달초 미국 소셜카지노 개발사인 더블다운인터랙티브(DDI) 지분 54%를 9425억원에 인수 완료한 더블유게임즈도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보툴리눔 톡신(보톡스)을 주력제품으로 하는 휴젤(미용 및 의료제품 등)은 글로벌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탈에 9275억원에 인수됨으로써 세계적인 바이오의약품 업체로 도약하게 됐다. 베인캐피탈은 휴젤 최대주주인 ㈜동양에이치씨 발행주식 전량을 4728억원에 인수하고 유상증자 3547억원과 전환사채(CB) 1000억원 인수 등을 투자해 휴젤 지분 42% 정도를 취득할 예정이다. 향후 CB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45.3% 수준의 지분을 확보해 최대주주에 올라서게 된다. 잔금납입 예정일은 7월 14일이다.
지난해 한진해운(현 SM상선)을 인수한 삼라마이더스(SM)그룹은 올들어 한진해운의 알짜자산인 미주·아시아노선에 이어 광양터미널(지분율 100%), 경인터미널(85.4%) 등을 차례로 인수하며 국적선사로 거듭났다.
◇대성산업가스 이랜드 아주산업 등 재무개선 차원 계열사 매각
올 상반기중 국내 기업들이 재무개선 차원에서 내놓은 매물들중 대성산업가스는 MBK파트너스에 1조3571억원에 매각됨으로써 가장 높은 거래가를 기록했다. 대성산업가스를 매각한 대성산업지주는 추가적인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열병합발전소를 운영하는 디에스파워도 IMM인베스트먼트(SPC 에코매니지먼트코리아홀딩스)에 2100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대성산업은 곧이어 재무구조 개선 약정의 일환으로 디큐브거제백화점도 내놓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매각작업이 보류된 상태다.
신용등급 하락 우려로 재무개선에 나섰던 이랜드는 티니위니, 모던하우스 매각과 이랜드리테일 프리IPO(상장전 투자유치) 등으로 기사회생했다. 티니위니와 모던하우스는 각각 중국 브이그라스와 MBK파트너스에 8770억원, 7100억원에 매각됐다.
SK네트웍스는 실적이 부진한 패션사업부를 한섬에 매각함으로써 3241억원을 확보했으며 아주산업은 아주캐피탈을 3100억원에 사모펀드인 웰투시인베스트먼트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우리은행이 웰투시인베스트먼트가 설립하는 SPC의 주요 출자자로 나선 만큼 향후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시 계열사 편입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라홀딩스는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는 한라스택폴을 기존 합작파트너인 존슨일렉트릭(Johnson Electric International UK)에 지분 50%와 경영권을 938억원에 넘겼다. 한라홀딩스는 한라스택폴 지분 매각 유입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동시에 건설사인 한라, 골프장을 개발ㆍ운영하는 제이제이한라에 대한 부담도 일부 덜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