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서울역 고가공원화 사업 준공을 앞두고 이 일대 도시재생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서울역 주변 부동산 시장도 높은 기대감에 들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970년 준공돼 수명을 다한 서울역 고가를 폐쇄하는 대신 공원으로 재조성하는 ‘고가 공원화 사업’과 함께 이와 연계된 서계·중림·회현동 일대를 도시재생으로 활성화하는 ‘서울역 7017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도시재생은 기존의 전면 철거 후 재개발 방식의 정비사업과 달리 지역성을 보존하면서 지역 특성에 따라 맞춤형으로 개발 방안을 적용하는 정비사업을 말한다.
◇서계동 청파언덕 일대, 단지형 다세대주택 조성
서울역 고가공원의 서쪽 시작점이 되는 용산구 서계동은 지구단위계획안 수립 막바지 절차를 밟고 있다. 용산구청은 지난달 21일 서울역 뒷편의 노후주택 밀집지역인 서계동 21만 6230㎡ 일대를 대상으로 하는 ‘서계동 일대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및 계획결정안’을 열람 공고했다. 서계동은 낙후된 주거지로 그간 개발에서 소외돼왔다.
현재 소규모 노후 주택들이 밀집해 있는 청파 언덕 일대에는 지형에 맞는 주거재생 계획에 따라 고층 아파트 대신 단지형 다세대주택이 들어서게 된다. 현재 이 지역에는 개별 면적이 90㎡ 미만인 소규모 필지가 많은 만큼 주민들에게 주변 필지를 합쳐 최대 1000㎡ 규모 내에서 여러 동의 다세대주택 단지를 짓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방식의 공동개발을 진행할 경우 주차장 설치 기준을 최대 100%까지 완화받을 수 있다. 용산구 재정비사업과 관계자는 “시가 7017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서계동 지구단위계획안도 이에 맞춰 기존 지역의 특성을 유지하는 쪽으로 마련됐다”며 “연내에 지구단위계획 결정을 시에 요청할 계획으로 내년 3~4월 중에는 계획안이 최종적으로 확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시는 공원화 사업과 연계한 중림·회현동 일대 도시재생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시 서울역재생계획팀 관계자는 “내년 4월 개방되는 서울역 고가 공원과 연계해 충정로역까지 잇는 중림동 일대를 활성화할 수 있는 계획을 내년 말 결정고시되는 것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대문시장 발전 방안과 남산과의 접근성 등을 중점적으로 고려한 회현동 지구단위계획안은 현재 용역을 진행 중이다.
◇만리동 3.3㎡당 아파트값 일년 새 28% 상승
서계동 일대 정비계획이 가시화하면서 집값이 상승 탄력을 받고 있는 곳은 서계동과 바로 마주하면서 이미 아파트가 많이 들어선 만리동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만리동 아파트값은 지난해 11월 3.3㎡당 평균 1511만원에서 이달 현재 1947만원으로 일년 새 28% 이상 껑충 뛰었다. 실제 내년 입주를 앞두고 있는 1341가구 규모의 ‘서울역 센트럴자이’ 전용 84㎡의 분양권은 2014년 11월 분양 당시 6억 7770만원에 분양됐으나 이달 초 9000만원 오른 7억 6130만원에 거래됐다. 만리동 K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고가공원 조성과 함께 서울역 뒷편이 정비될 움직임을 보이면서 이 아파트 분양권 호가가 7억 9000만원까지 뛰었다”며 “최근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좋지 않아 실제 거래는 많지 않지만 공원이 완성되는 시점에 맞춰 전용 84㎡형은 8억원 이상까지 충분히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도시재생사업이 기존의 전면 철거 후 재개발 방식으로 추진됐던 정비사업과는 달라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서계동 S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주거 환경이 개선되면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으면서도 지구 전체를 헐고 아파트를 짓는 기존 재개발만큼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는 사업은 아니라는 점에서 아쉬움을 갖는 주민들도 있다”면서 “블록 혹은 그 보다 더 작은 단위로 개발하는 방안이 쉽게 추진될 수 있을 지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