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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석호의 벤처캐피털 세계]⑩중이 제 머리 못 깍는 이유

박철근 기자I 2016.01.15 07:00:00
[유석호 페녹스VC코리아 대표이사]
흔히 훈수는 잘 두는데 스스로는 잘 못할 때 ‘중이 제 머리 못 깍는다’는 말을 한다.

가장 좋은 예로 맥킨지(McKensey)의 직접 경영 실패 사례이다.

맥킨지는 세계 최고의 컨설팅 회사로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 분석 능력이 뛰어나고 훌륭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면서 세게적으로 실력을 인정 받는 자타공인의 훌륭한 기업이다.

2000년대 전후로 맥킨지는 새로운 사업방식을 도입하면서 기존의 컨설팅을 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대신 스타트업 시작 단계부터 기업과 함께 하면서 수익을 나눠 갖기로 했다. 이러한 새로운 컨설팅 방식이 수익율을 극대화 시켜주는 것은 물론 자신들의 경영 능력과 그동안 누적된 노하우와 인프라를 증명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여러 컨설팅 회사들이 그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겠다고 했고 많은 전문가들은 컨설팅 업계의 획기적인 전환점이라고까지 평가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커다란 손실을 내고 3년 만에 철회됐다. 바로 ‘중이 제 머리를 깍지 못한 것’이다.

실패 원인은 이론에 대한 집착과 이론을 바탕으로 한 자신감이었다. 하지만 자신들의 시스템과 경험을 통해 어떤 사업이 세계적으로 성공할 수 있으며 인재들을 활용해 그 사업을 상장이나 M&A(인수합병) 을 통해 최종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가고 신규 사업은 실패로 끝났다. 어떤 사업이 성공하고 실패할지도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고 잠재력이 있는 산업 분야에 대한 예측도 틀렸다.

사업은 성공을 위해 수 많은 시도와 실패를 하게 되며 이러한 시행착오를 통해 한단계씩 나아가면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못했던 것이다.

또한 성공의 과정에서 예측 불가능한 일들이 수시로 생기기 때문에 미래를 단정 짓고 공식에 적용하려는 시도는 의미 없는 시도였던 것이다.

세계적인 전략 컨설팅 업체뿐만 아니라 성공 관련한 책을 쓴 수 많은 사람들도 직접 사업을 하다가 중이 제 머리 못깍는다는 속담만 검증하게 해주었다.

성공 전문가로 보이는 이들이 실패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안일함이다. 즉 사활을 걸고 모든 것을 던지는 사업가 정신과 열정이 부족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시도하면서 실패를 딛고 일어나 재도전하는 근성이 나오지 못했다. 아마도 고액 연봉을 받는 컨설턴트들은 사업을 게임하듯이 즐겼을지도 모른다.

최근 필자가 만든 ‘한국 M&A플랫폼’도 이미 기존에 정부나 민간 차원에서 여러번 시도 됐었던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유일하게 상생 M&A포럼의 플랫폼이 큰 성공을 거두게 된 것은 바로 이 ‘사활을 걸고 모든 것을 바친 결과’ 인 것이다.

많은 시행착오와 끊임 없는 시도를 통해 한국 유일의 큰 M&A의 장터로 발전하면서 벤처기업협회, 코스닥협회, 밴처캐피탈협회 및 많은 언론사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협조가 이어지고 있고 하나의 안정된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훈수를 두기는 쉽지만 실전에 들어서면 상황이 다르고 판단이 어렵다. 예상 못한 상황이 수시로 발생되기 때문에 MBA 출신 경영자나 유명한 컨설팅 회사 경력자들이 오히려 사업 실패로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태권도를 잘 한다고 혹은 무술의 이론을 다 안다고 싸움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목숨을 걸고 죽기 아니면 살기로 격투기장에서 살아 남은 싸움꾼을 어떻게 이길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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