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와글와글 野編]국민연금 수술대 올린 강기정號 , 메스는 다 어디갔나

강신우 기자I 2015.09.05 08:00:00
△(왼쪽부터)국회 공적연금특위위원장인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특위 여당 간사인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 특위 야당 간사인 김성주 새정치연합 의원. 이데일리DB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로 올리기로 한 부분은 여야 지도부가 실무기구와 협의해서 도출시킨 것이다. 그리고 이걸 양당 대표가 보증한 것이다.”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5월12일 당 주최 ‘연금개혁 키워드 50과 20의 쟁점과 방향 토론회’>

넉 달 전을 기억하시나요. 공무원연금개혁이 한창 진행되던 5월이었습니다. 공무원연금개혁특위 야당 간사였던 강 의원은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10%포인트 인상을 강하게 주장합니다. 그래야 국민의 노후소득을 일정수준 보장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날 토론회에서 한 교수는 “국민연금 논의가 공무원연금개혁이 끝나기도 전에 나오는 건 적절치 않다”고도 했습니다. 뜬금없이 국민연금이 왜 나왔냐는 겁니다.

이를 반대했던 새누리당과는 의견 차가 극에 달했습니다. 야당의 강한 관철 의지 끝에 합의에 이르게 됩니다. 여야는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 빈곤 해소를 위한 특별위원회(공적연금특위)를 구성하고 그 아래 전문가와 이해집단 대표로 구성된 사회적 기구를 만들기로 합니다. 못다 한 국민연금 논의를 다시 제대로 해보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합니다.

그런데 조용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3일 열린 2차 특위 전체회의 끝 무렵에 야당 위원 자리가 텅 비었습니다. 5명의 위원 중 김성주 간사와 최동익 위원만 남았습니다. 여당은 강석훈 간사를 포함해 4명의 위원이 있었고요. 회의는 하다말고 다들 어디로 간 걸까요. 지난달 11일 열린 첫 회의는 위원장과 간사만 임명하고는 20분 만에 끝났습니다.

사회적 기구는 지금껏 구성도 안 됐습니다. 사회적 기구에서 전문가와 이해단체 대표가 모여 합의안이 나오면, 특위에서 입법화하자는 게 처음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열띤 토론은 사회적 기구에서 하는 게 맞습니다. 그러면 왜 지금까지 사회적 기구는 출범하지 못했던 걸까요. 사회적 기구 전문위원으로 내정된 한 위원은 “답답하다”고 했습니다. 언제 출범해서 언제 논의를 하느냐는 겁니다. 기한은 10월 말까지인데 말이죠.

상황은 이렇습니다.

“사회적 기구를 먼저 출범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구성을 완료하지 못했다. 사회적 기구 전체 위원 20명 중 여야가 각각 8명씩 추천한다. 그럼 16명이고 4명 남는다. 여기서 여야가 공동 추천한다. 정부 측 인사는 사실 여당이 추천하는 거고 2명의 외부인사를 야당이 추천하는 걸로 돼 있던 거다. 여기에 여당이 이견을 보여서 사회적 기구 구성이 안 되고 있다.” <김성주 야당 간사>

“사회적 기구가 아직 완성 안 된 부분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다. 현재 야당에서는 여야가 공동으로 추천하는 전문가 2명을 모두 야당이 추천해야겠단 취지로 말하고 있다. 저희는 이해하기 어렵다.” <강석훈 여당 간사>

야당은 전문가 공동 추천 몫 총 4명 중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 2명은 어차피 여당 편이니 우리가 추천해야 한다는 것이고, 여당은 반발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야당에서는 이미 지난 공무원연금개혁 때 여당 간사를 맡았던 조원진 의원과 이렇게 합의를 했는데 왜 이제 와서 발뺌하느냐며 받아치는 상황이고요.

특위 구성에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지난 5월29일 특위를 구성하자고 여야가 약속했으니 정확히 75일을 허비한 거죠. 사회적 기구 구성도 까마득해 보입니다. 2000만 가입자 국민연금에 칼질하겠다고 나선 이들이 너무나도 소극적입니다. 여야 간 졸속 합의의 폐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이미 여야가 모두 국민연금개혁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인상에 반대 입장이던 여당은 그렇다 해도 공적연금 강화를 강하게 밀어붙였던 야당마저 그런 분위기라면 실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말만 번지르르한 ‘정치인’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겠습니다.

강 위원장은 2차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사회적 기구가 속히 구성될 수 있도록 노력을 해 주세요. 장관님도 하실 말씀 있으신가요.” “네 없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준비해서 특위와 사회적 기구가 원만히 이뤄지도록 최선의 지원을 다하겠습니다.”(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특위는 여야가 정한 대로 10월 말 종료됩니다. 물론 25일 범위 내에서 연장도 가능합니다. 앞으로 두 달이 채 남지 않았습니다. 여야가 합의하고 국민과 한 약속, 그 결과를 기대해봐도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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