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劉, 재벌 분야 개혁도 언급…“입장 변화 이유 설명해야”
그의 재정정책 구상도 마찬가지다. 유 전 원내대표는 ‘최경환식’ 단기부양책을 염두에 둔듯 “이제 단기부양책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본 노동 여성 청년 교육 과학기술 농어업 제조업 서비스업 대기업 중소기업 등 모든 분야에서의 “혁명적인 변화”를 언급했다.
이 역시 논쟁의 소지가 있다. 이를테면 여권은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 때 당초 구상했던 ‘구조개혁’을 달성하지 못했다. 재정건전성 제고에 더해 국민연금과의 형평성까지 고려한 구조개혁 대신 보험료율과 지급률 등 일부 수치만 조정한 ‘모수개혁’에 머물렀다.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이 극심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한 경제통 중진 의원은 “반쪽짜리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야당과 합의하는데 (경제에 밝은) 유승민마저 ‘OK’할 줄은 몰랐다”면서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고 했다. 유 전 원내대표가 말한 혁명적인 변화의 현실성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권 내부의 공감대 문제도 있다. 또다른 여권 인사는 ”경제는 심리”라면서 “불황 때 정책당국이 ‘통화와 재정 등 모든 정책수단을 강구한다’고 하는 게 소비심리를 일으키는 목적도 있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된다”고 했다.
‘정치인 유승민’의 또다른 도전적 비전은 재벌 분야다. 유 전 원내대표는 지난 교섭단체 대표연설 때 “재벌도 개혁에 동참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재벌그룹 총수일가와 임원들의 횡령 배임 뇌물 탈세 불법정치자금 외화도피 등에 대해 보통 사람들과 똑같이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개혁 보수의 상징으로 보일 수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반(反)재벌로도 읽힐 수 있다.
재벌정책 역시 그의 입장이 바뀐 건 비슷하다. 유 전 원내대표는 2004년 출자총액제한제 폐지를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적이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와 발을 맞춘 행보였다. 당시 여권인 참여정부의 대표적인 재벌정책으로 꼽혔던 출총제에 반기를 든 것이다. 유 전 원내대표는 개정안을 내면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국민 모두가 시급히 원하고 있는 ‘경제살리기’에 주력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최근 그의 경제철학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劉 사회적경제기본법안도 반대 많아…‘눈 먼 돈’ 우려도
그가 최근 유독 강조하는 사회적경제도 여권 내부에는 반대가 많다. 사회적경제란 사회적가치를 추구하는 모든 경제활동을 말한다. 사회적경제 조직은 사회적기업·협동조합·마을기업·자활기업 등이 있다. 유 전 원내대표가 지난해 발의한 사회적경제기본법안은 이들을 기금을 통해 지원하자는 것이 골자다.
국회 소관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 4월 이 법안을 심사했지만 공방만 벌이다 파행했다. 당시 기재위 소속 한 여당 의원은 “여당 내에서도 의견 조율이 안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여권 내에는 사회적경제 조직은 야당과 관련돼 있다는 의구심이 있다. 여권도 이 이슈를 선점해 중도층까지 끌어 안아야 한다는 게 유 전 원내대표의 생각이지만, 아직 더 논의가 필요한 것이다.
‘눈 먼 돈’ 비판도 있다. 김희국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10~2013년 사회적기업이 국고보조금을 부정수급해 당국에 적발된 게 296건에 달했다. 자칫 잘못하다간 ‘포퓰리즘법’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여권 한 관계자는 “국민들이 지지를 보내는 독자적인 대선주자로 성장한 이상 앞으로 검증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추후 의정활동 등을 통해 ‘유승민식’ 정책을 구체화해야 하는 의무가 생겼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