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국내 주요기업의 신용등급을 잇따라 하향하고 있다. 반면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꿈적하지 않고 있다. 국내 신용등급 ‘인플레이션’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될 조짐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무디스는 이달 들어 KT(030200)의 신용등급을 ‘A3’에서 ‘Baa1’으로, LG전자(066570)의 신용등급을 ‘Baa2’에서 ‘Baa3’로 하향했다. GS(078930)칼텍스의 신용등급도 ‘‘Baa2’에서 ‘Baa3’로 내렸다.
KT는 국내에서 신용등급 ‘AAA’를 받고 있는 기업으로 무디스 신용등급은 국내로 치면 ‘BBB+’다. 두 신용등급의 차이는 무려 7단계다. GS칼텍스는 국내에서 신용등급이 ‘AA+’로 손꼽히는 우량등급에 속하지만 무디스 신용등급은 ‘BBB-’급으로 한 단계만 하락해도 투자부적격 등급이 된다. LG전자도 국내에서는 ‘AA’이나 해외에서는 투자부적격 단계를 눈앞에 두고 있다.
무디스의 신용등급은 해외 자금 조달시 기준이 된다. 이번에 신용등급이 떨어진 국내 주요 기업들은 해외 자금 조달시 그만큼 가산금리를 물을 수 밖에 없게 된다. 게다가 국내 기업들의 등급이 동시에 하향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해외 신인도 하락도 우려된다.
하지만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전혀 움직일 낌새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국제 신평사들이 철강 업황의 불황을 이유로 포스코의 위기를 지적하면서 BBB로 내린 지 오래됐지만 국내 신평사들은 국내 시장에서 포스코의 시장 우위를 이유로 포스코의 ‘AAA’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신평사들은 향후 신용등급이 움직일 수도 있다는 의미의 ‘신용등급전망’조차 안정적으로 고수하고 있다.
국내 신용등급의 인플레이션 논란이 하루이틀 일은 아니다. 배경에는 국내 신평사들이 평가를 받는 기업들로부터 수수료로 수익을 내는 구조가 있다. KT나 포스코, LG전자 등과 같은 주요 기업들의 신용등급을 하향할 경우 신평사들은 주요 고객을 잃을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무디스발 신용등급 하향 릴레이가 인플레이션 논란에 다시 불을 지피면서 최근 진행된 금융감독원의 신평사 검사와 맞물리며 신용평가시장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금감원은 동양그룹의 법정관리행과 관련 신평사의 평가 과정에서 문제가 있지는 않았는지 대대적인 검사를 진행했다. 신용등급 하향이 늦었다는 업계의 지적에 따른 것이다.
아직 제재 수위가 정해지지는 않았으나 금감원도 이번 기회를 통해 신용평가 체제를 바로잡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업계는 금감원이 과징금 등을 통해 신평사를 강도 높게 제재할 경우 앞으로 신평사의 평가가 좀 더 엄격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시장 참여자들은 신평사들이 동양 사태 이후 이전보다 발 빠른 하향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다만 신평사들의 수익 창출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주요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당장 변화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 한 관계자는 “뚜렷한 문제가 생기지 않았는데 나서서 주요 기업의 신용등급을 하향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수수료도 문제지만 주요 기업을 고객으로 보유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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