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이사장은 “하나고 1기 졸업생들의 대입 성적이 상당히 좋아 뿌듯하다”며 활짝 웃어 보였다. 지난 40여 년간 대형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키면서 냉철한 금융인이자 경영전략가로 살아온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미래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자로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다.
김 이사장은 공부를 강요하지 않는 자율적인 학습 분위기와 학업 이외 다양한 활동을 강조하는 실험적인 교육 방식을 도입했다. 그러다 보니 개교 초기엔 반발도 있었다. 학부모들조차 ‘놀면서 대학을 갈 수 있겠느냐’며 김 이사장의 교육방식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서울대 46명을 비롯해 첫 졸업생 절반 이상이 소위 ‘SKY(서울ㆍ연세ㆍ고려대)’에 합격하면서 모든 학부모가 입학을 원하는 신흥 명문 고등학교가 됐다
김 이사장은 “이번 입시 결과는 우리나라에서도 전인교육으로 명문대에 입학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단체생활을 통해 기본적인 교양과 의사소통 능력은 물론 준법성과 배려심 등을 키우는 전인교육 노력을 대학에서도 인정받았다는 뿌듯함이다.
하나고 학생들은 평일 오후 4시 수업이 끝나면 2시간씩 운동이나 악기를 다루는 방과 후 활동을 통해 재충전한다. 수영은 졸업을 위한 필수코스다. 실제로 200m 수영을 완주하지 못한 1기 졸업생 몇몇은 졸업장 원본이 아닌 복사본을 받았다. 체·덕·지(體·德·知)를 겸비해야만 더 넓은 시야를 갖고 유연한 사고로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김 이사장의 신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나고는 전체 정원의 20%인 40명를 하나금융 임직원 자녀로 뽑고 있다. 매년 25억~30억 원의 운영경비 부족분을 하나금융그룹으로부터 지원받고 있어서다. 올해부턴 한 식구가 된 외환은행 직원 자녀도 하나임직원 자녀전형을 통해 14명이나 입학했다.
최근 외환은행의 하나고 출연 무산에 대해선 “교육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 이사장은 “하나고는 하나금융이나 특정 개인의 소유가 아니라 공공의 자산임에도 은행법으로 출연을 막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자율형 사립고 개교를 앞두고 있는 삼성이나 포스코와 같은 대기업은 법적 제약이 없으니 투자를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첫 입시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기쁨을 누리기에는 아직 이르다면서 벌써 내년 입시를 걱정했다. 전인교육 입시 명문고의 전통을 만들어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는 “첫 실험은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2년 차 징크스’를 겪지 않으려면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면서 “자만하지 않고 작년보다 두 배 더 노력해야 한다. 3~4년만 잘 하면 진학 성적에 얽매이지 않고 전인교육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