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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으로 느낀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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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으로서 여행기를 책으로 낸 이유가 궁금했다. 조 작가는 15일 이데일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여행이 시각으로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낯선 공간에 가면 깨어나는 새로운 감각을 느끼는 것, 그것이 여행이 주는 축복임을 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조 작가의 삶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왔다. 시골에서 자라나 동네 언니들처럼 은행 경리가 될 거라 생각했던 조 작가는 15세 때 망막색소변성증 진단을 받았다. 앞을 볼 수 없게 된다는 사실에 무작정 도서관을 찾아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다. 물론 작가가 되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성인이 된 뒤엔 다른 시각장애인들처럼 안마사로 일했다. 어쩔 수 없이 시작한 일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손님들과의 만남이 영감으로 다가왔다. “사람의 몸에는 그들의 역사가 스며들어있다”는 생각에서였다.
글을 쓰기 시작한 건 10년 전부터다. 몸이 아파 잠시 일을 쉬던 중 우연히 장애인 수필 공모전을 접했다. 그냥 한 번 써본 글이 얼떨결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았다. 이후에도 여러 공모전에 글을 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글을 썼다.
조 작가의 재능은 2022년 산문 교실에서 선생님으로 만난 동화작가 박현경을 통해 마침내 빛을 발했다. 박 작가는 조 작가의 글이 독자를 움직일 것이라고 확신했고, 샘터 문예공모전에 나갈 것을 권했다. 조 작가는 2023년 이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고, 같은 해 첫 에세이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를 내면서 진짜 ‘작가’가 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추천해 화제가 됐던 책이다.
“어두운 주제를 밝게 꺼낼 것”…내달 단편소설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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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두 번째 에세이는 여행기 외에도 조 작가가 일상에서 겪은 진솔한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남들이 흉보던 친구가 자신을 찾는 게 부끄러워 모른 척 했을 때 느꼈던 비겁함, 아버지와 살가운 모습을 보이는 수양 할아버지 손녀를 향한 질투, 자신의 장애를 희롱하고 이용하려는 아주머니들의 ‘뒷담화’를 듣고 치밀어오른 분노 등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러면서도 삶에 대한 감동과 기쁨을 찾아가는 낙천적인 태도가 조 작가의 삶을 계속 응원하게 만든다.
운명은 조 작가를 어디로 또 데려갈까? 그는 “20년 동안 안마사로 성실히 일했는데 앞으로 20년은 안마사는 물론 작가로도 열심히 일하고 싶다”며 웃었다. 다음 달에는 단편소설도 발표할 예정이다. 조 작가는 “내 안에 고여 있던 이야기를 다 꺼내놓고 나니 이제 주변이 보인다. 소외받는 동료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며 “어두운 이야기를 밝게 꺼낸다는 사명감으로 글을 쓰겠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