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최근 우리나라의 양자기술 수준이 미국(100점) 대비 2.3~2.9점에 그친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양자 분야 전문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산하 글로벌 연구개발(R&D) 특별위원회에서 ‘글로벌 R&D 전략지도안’을 심의했는데 양자 분야 기술 격차가 이같이 나타난 것. 이를 두고 우리나라의 현실이 담겼다는 주장과 지나치게 점수가 낮다는 주장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1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글로벌 R&D 전략지도안에 포함된 이번 조사는 양자과학기술을 개발하는 전체 국가가 아닌 상위 12개국을 대상으로 한다. 통상 20개국을 대상으로 하는데, 이 경우 우리나라는 양자 분야(양자컴퓨터, 양자 통신, 양자센서)에서 12위권 수준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를 최하위인 12위로 두고 양자과학기술에서 독보적인 미국을 100점으로, 상대평가한 결과라는 것이다.
조사는 △피인용 상위 10% 논문 △삼극 특허 출원수(경제협력개발기구가 개발한 지표로 미국특허청, 유럽특허청, 일본특허청에 동시 출원·등록된 특허) △전문가 정성평가(델파이 조사)가 각각 30%~40%씩 반영됐다.
우리나라를 최하위권으로 두고 조사를 진행하다보니 미국 대비 논문 숫자는 2% 수준, 특허 숫자로는 0.9% 수준이라는 결과가 도출됐다. 전문가 정성 평가도 통상 0점을 주지 않고 하위를 60점, 상대적으로 잘하는 나라는 100점을 주는데 이 같은 방식은 논문, 특허 편차와 격차가 크다는 이유로 전문가 정성평가 65점을 최하점(0점)으로 배정하면서 간격이 커졌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양자컴퓨터(2.3점), 양자 통신(2.9점), 양자센서(2.9점)로 집계됐다.
이는 그동안 과기정통부가 발표해 온 기술 수준과도 차이가 있다. 지난해 6월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대한민국 양자과학기술 전략’과 올해 6월 퀀텀코리아에서 발표한 기술 수준은 각각 62.5%, 65% 수준이다. 이처럼 차이가 크다보니 과기정통부 내에서도 조사 결과를 공개하기 꺼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함께 조사한 ‘3대 게임 체인저’ 기술 중 AI반도체, 첨단바이오에서는 민간 분야 투자가 활발하고, 산업화 기반이 구축돼있다는 결과가 나왔기에 양자 분야도 적나라한 현실을 보여주고 집중 육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는 설명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전체 국가 대상의 평가 기준을 적용하면 우리나라는 60점 수준에 해당하지만 선진국과 차이가 크기 때문에 양자 산업 육성과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투자 정당성을 얻기 위한 조사결과”라며 “미국과 격차가 크지만, 상대적인 집계이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전략적으로 산업을 육성하면 기회는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양자 과학기술 분야 전문가들도 이번 점수는 충격적이지만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기에 양자기술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참고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연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부원장은 표준연에서 “자문회의에서도 공개된 점수를 보면서 우리가 이걸 언제 쫓아갈 수 있겠냐는 생각과 함께 국제협력 등을 통해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고 봤다”며 “지금이라도 전략적인 투자를 통해 빠르게 추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