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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푸라기라도"…`日 오염수`에 방사능 측정기 든 상인·시민들

황병서 기자I 2023.08.30 07:20:18

직접 제작한 ‘방사능 안심 가게’ 붙이고
방사능 측정기 구매해 수산물 매일 측정
불안한 소비자도 측정기 구매 대열 합류
전문가, 정밀한 오염값 측정에는 회의적

[이데일리 황병서 이유림 기자] “내 가게는 내가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방사능 안심 가게’ 마크를 제작하게 됐습니다.”

전남 나주서 8년째 초밥 가게를 운영 중인 심은일(40)씨는 최근 제작한 ‘방사능 안심 가게’ 마크를 29일부터 가게 입구에 붙이기로 했다.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가 논란이 된 후 10만원대 방사능 측정기를 구매해 초밥에 들어가는 각종 생선을 일일이 검사하고 있지만, 이것으로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는 근처 횟집을 운영하는 동료에게도 ‘방사능 안심 가게 마크’ 붙이기를 독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정부에서 정말 안전하다고 하면 확신을 보여줘야 하는데 안일한 대응으로 불안감만 더하고 있다”며 “야당도 불안하고 위험하다고 주장하려면 수시로 방사능을 확인하고 증거를 보여주든지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발등에 불` 수산업계 상인들, `방사능 안심` 홍보

오염수의 해양 방류가 본격화한 이후 수산업계 종사자들이 자구책을 찾기 위해 분주하다. 일본 정부뿐만 아니라 우리 정부도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계속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는 여전하고 결국 피해는 상인들에게 귀결되는 모양새가 되고 있는 탓이다.

이 때문에 방사능 측정기를 구매하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전언이다. 한 판매업체 관계자는 “최근 구매를 문의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며 “가격이 수십만원에 달하는 기기도 있는데, 불안한 소비자들이 찾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 네이버에 따르면 방사능 측정기 검색량은 한 달 전보다 33배 이상 늘었다.

심씨 외에도 방사능 측정기 구매 대열에 합류하는 상인들은 여럿 있다. 서울 강서구에서 퓨전 일식집을 운영 중인 A씨는 올 초 방사능 측정기를 구매했다고 했다. 그는 “방사능 오염 걱정에 소비자들이 조금이라도 음식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측정기를 샀고, 매일 아침 2~3번씩 확인하고 요리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며 “손님들에게 이걸 알리고 싶은데 벽에 뭐라도 써 붙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10만원 대 측정기를 구매한 초밥집 운영자 A씨는 “오염수가 괜찮다 아니다 말이 많은데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측정기로 매일 수시로 확인하는 것뿐”이라며 “저 스스로 음식에 확신하지 못하면 앞으로 영업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안씨가 지난 7월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를 가져다 대자 시간당 0.22μ㏜(마이크로시버트)가 나왔다.(사진=독자제공)
◇오염수 불안에 `수십만원대` 측정기도 구매하는 시민들

상인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 사이에서도 방사능 측정기 사용이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전업주부인 안모(43)씨는 지난 7월 일찌감치 23만원 대 방사능 측정기 1대를 구매했다. 안씨는 수산물 시장에서 방사능 측정기를 네 번 정도 사용했다고 한다. 그는 “자연 방사능 방사선량은 시간당 0.1~0.3μSv(마이크로시버트) 정도라고 알고 있다”며 “시장에서 킹크랩에 측정기를 대보니 다행히 0.22마이크로시버트가 나와 요리할 때 안심됐다”고 했다.

평소에 건강 문제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인 신모(19)씨도 지난 5월 30만원 대 방사능 측정기를 샀다. 뉴스를 통해 방사능에 대한 위험성을 접하고는 식품 속 방사능을 측정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신씨는 “인터넷으로 삼치, 가자미, 고등어 등을 구매한 뒤 기기를 사용해봤다”라며 “시간당 0.14마이크로시버트 정도의 방사능이 측정돼 안심했다”고 말했다.

다만 저가의 휴대용 방사선 측정기로는 정밀한 방사능 오염도 측정값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음식물 내의 세슘과 요오드가 허용기준치를 만족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휴대용 방사선 측정기만으로는 할 수 없고, 방사성 핵종별 농도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고가의 핵종분석기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방사능 측정장비 업체 관계자는 “삼중수소는 베타핵종인 데다 에너지가 아주 낮아 일반 휴대용 계측기로는 측정이 불가능 하다”며 “최소 5000만원에서 억대 되는 장비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

방사능 측정에는 측정환경과 방법, 사용자의 숙련도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자체 검사 결과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또 다른 방사선 안전관리 업체 관계자는 “공기 중에도 방사능이 있기 때문에 단순히 측정기의 ‘삐’ 소리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며 “그런데 잘 모르는 일반인들은 소리만 나도 방사능이 있는 것 아닌지 오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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