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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파워를 과시하는 북한의 행태는 착시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북한에서 여성의 정치 참여나 고위직 진출은 극히 제한적이다. 북한 여성 권력의 면면을 보면 김씨 일가이거나 그의 복심 ‘로열패밀리’ 출신이다. 실제로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 중 여성도 김여정 부부장이 유일하다. 가족 부양과 국가 경제에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음에도 북한 여성들은 정당한 지위를 누리지 못한 채 오히려 다양한 형태로 착취당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살아남는 여자들은 세계를 만든다’는 분단 문제를 탐구해 온 김성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가 쓴 책이다. 책에는 건실 만자 혜원 수련 연길 등 수많은 북한 여성이 등장한다. 북한 매체에서 선전을 목적으로 여성을 활용한 영화, 신문기사, 다큐멘터리와 150명의 북한 여성의 심층 인터뷰, 그동안의 연구 지식을 통해 북한 여성들의 삶을 복원해냈다.
책은 ‘이악스럽다’(억척스럽다의 북한말)로 대변되는 북한 여성의 궤적을 꺼내놓는다. 여성의 주체성을 억압하는 가부장제라는 관습은 그대로 남은 채 노동자라는 새로운 역할까지 감수하게 된 한국전쟁 전후의 북한 여성들이 가졌을 혼란과 두려움 등이 그것이다.
동시에 그들이 사실은 우리의 거울상이라는 것을 역설한다. 김 교수는 “아무쪼록 분단 같은 것은 이제 별 의미 없다고, 북조선은 우리와 별 상관없는 타자라고 외치는 대부분의 남한 사람이 그녀들의 이야기에 좀 더 귀기울였으면 한다”며 “그녀들의 전쟁과 같은 일상을 통해 여전히 분단에서 자유롭지 못한 남한사회를 한 번쯤 되짚어보는 기회로 삼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정희진 국방부 양성평등위원회 위원도 추천사를 통해 책은 분단이라는 한반도적 사회구조를 여성의 경험, 인식, 감정의 층위에서 분석한 “북한 연구의 절경”이라며 “지역학, 증언사, 문화 연구, 탈식민의 사유가 교직된 질적 연구의 모델”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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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다뤄지지 않은 북한 고위층의 삶과 북한 인민의 실상을 털어놓는다. 탈북을 결심한 계기, 한국에 건너온 뒤 느낀 자유와 그에 대한 대가, 그리고 남편 태영호 국회의원의 정계 진출 과정에 대한 생각도 솔직하게 담았다. 오 씨는 남편이 국회의원에 출마한다고 했을 때 “망신당할 거라고 말렸다”면서도 “해외(외교관)에 나가자고 한 것도, 북한을 떠난 것도, 다 남편의 의지였다. 그런 남편을 남들은 다 믿는데 내가 왜 못 믿지 싶었다. 이후 응원하게 됐다”고 했다.
2016년 탈북해 한국에 들어온 뒤 오씨는 2021년 이화여대 북한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북한의 대남 비난 행태를 분석한 논문에서 오씨는 김 위원장에 대해 ‘선친들을 능가하는 독재자’라고 평가했다. 북한 사회에서 아내와 엄마로서 살아온 치열한 삶도 그렸다. 북한과 같은 나라가 존재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호소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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