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월 준공 쿠팡 대구풀필먼트센터 언론 최초 공개
축구장 46개 크기, 아시아 지역 최대 규모
2014년 로켓배송 실시하면서 쌓은 로봇·AI 기술 총집결
무인운반로봇·소팅봇·무인지게차로 물류 자동화 완성
"일자리 빼앗지 않아…오히려 지역 일자리 창출 중"
[대구=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국민의 70%가 쿠팡 배송센터 10㎞ 이내에 살고 있기 때문에 ‘로켓배송’이 가능한 겁니다. 쿠팡 대구 풀필먼트센터는 규모뿐만 아니라 기술력으로도 로켓배송을 유지하고 가능케 하는 ‘물류 혁신의 허브’입니다.”(정종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
대구 시내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 지선을 타고 약 50분 달리면 한적한 시골 고봉리 일대에 초거대 규모의 쿠팡 풀필먼트센터(이하 대구센터)가 나온다. 지난 6일 방문한 이곳은 최첨단 인공지능(AI), 로봇 기술을 물류에 집약해 공상과학(SF) 영화 속에서 보던 장면을 현실로 연출하고 있었다.
| 쿠팡 대구 풀필먼트 센터에서 ‘소팅봇’이 상품을 가져다 작업자에게 전달하고 있다.(사진=정병묵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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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준공한 대구센터는 건축 연면적 33만㎡(약 10만평)에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로, 축구장 46개 넓이와 맞먹는 초대형 ‘메가 풀필먼트 센터’다. 인천과 경기 고양·동탄 등 전국 각지의 쿠팡 물류센터 중 가장 크고 단일 물류시설 가운데도 아시아 최대 규모다. 쿠팡은 이곳에 3200억원 이상을 투자해 국내 최고의 최첨단 설비를 갖춘 물류기지를 구축했다. AI 및 빅데이터와 함께 자동화 기술 등을 활용해 상품 관리와 배송 동선을 최적화했다.
◇AI·로봇기술 총화…“상품이 알아서 직접 온다”
| 쿠팡 대구 풀필먼트 센터에서 ‘무인운반로봇’이 상품 진열 선반을 작업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이동 중이다.(사진=정병묵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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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팡 대구 풀필먼트 센터에서 ‘무인운반로봇’이 상품 진열 선반을 작업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이동 중이다.(영상=정병묵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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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 7층에서는 고요한 적막 속에 사람 키가 넘는 크기의 선반들이 스르륵 지나다니고 있었다. 선반 밑에는 커다란 로봇청소기처럼 생긴 기계가 눈에 파란 불을 켜고 휴지, 기저귀 등 제품 수 백개가 담긴 선반을 작업자 앞으로 가져갔다. 무인운반로봇(AGV)이다.
이를 장착한 선반 약 1000개가 제 위치에 정렬해 있다가, 상품을 담는 작업자에게 주문 상품을 갖다 주는 시스템이다. AGV는 속도를 빨리 내다가도 다른 로봇과 동선이 겹치면 잠시 기다린 뒤 ‘앞차’를 보내고 다시 운행했다.
박주호 쿠팡 대구 풀필먼트센터장은 “대구센터의 핵심은 작업자가 상품을 찾아다니는 게 아닌 상품이 작업자에게 직접 온다는 것”이라며 “과거에는 직원이 일일이 선반을 오가면서 집품했지만 AGV 도입 후 평균 2분 안에 필요한 상품을 직원에게 전달, 전체 업무 단계를 65%나 줄이게 됐다”고 말했다.
5층으로 내려가니 팔레트 위에 피죤, 유한락스 등 세제와 포카리스웨트, 검은콩두유 등을 음료 상품 등을 실은 팔레트가 수 백개가 놓여 있다. 보통의 물류창고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지만 무인 지게차가 유유히 팔레트를 나르고 있었다. 직원이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무인 지게차가 알아서 최대 1.5t 무게까지 상품을 옮긴다.
| 쿠팡 대구 풀필먼트 센터에서 무인지게차가 팔레트를 실어 나르고 있다.(사진=정병묵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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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센터장은 “이 정도 규모면 지게차 기사가 상당히 많이 필요하다”며 “지게차 사고는 발생 시 중대재해에 해당하는데 작업자와 지게차가 움직이는 공간을 완전히 분리해 사고 발생 가능성을 원천 봉쇄했다”고 설명했다.
1층 상품 허브로 이동하니 제법 시끄러운 소음이 나는 가운데 ‘가분수’처럼 생긴 로봇들이 상품을 머리에 싣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소팅봇(sorting bot)’으로 사람이 물건을 옮기거나 들어 올리는 분류 업무를 모두 없앴다. 상품 포장지 바코드를 스캐너로 인식하면, 몇 초만에 배송지별로 상품을 분류하고 옮긴다.
| 쿠팡 대구 풀필먼트 센터에서 ‘소팅봇’이 상품을 가져다 작업자에게 전달하고 있다.(영상=정병묵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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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팅봇 수백대는 매우 빠르게 움직이다가 다른 로봇과 동선이 겹치면 서서히 속도를 줄인 뒤 다시 작업자에게 상품을 전하기 위해 질주했다. 빠른 속도와 일사분란함이 로켓배송을 가능케 하는 기술이다.
박 센터장은 “1초에 최대 2.5m쯤 달릴 수 있는데 현재 2.3m 정도로 설정했다”며 “물건을 직접 나르는 업무라 직원들이 기피하고 시급이 가장 높은데 소팅봇을 통해 작업자의 안전과 업무 효율성을 동시에 꾀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술이 일자리 안 빼앗아…오히려 더 많은 기회 창출”
| 쿠팡 대구 풀필먼트센터 전경(사진=쿠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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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은 대구센터가 대구 지역에 일자리 2500개 이상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 여성과 중장년층을 위주로 지역민을 우선 고용할 계획이다. 또 전국 쿠팡 물류 네트워크와 연계해 대구지역 소상공인들에게 더 큰 비즈니스 성장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지역 중소상공인도 가시적인 효과를 보고 있다. 쿠팡에 입점한 대구 소상공 업체 7000여곳은 지난해 수천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구센터는 대구국가산업단지 주변 기업뿐만 아니라 대구·경북권 기업의 물류비를 절감해 지역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지역 유통물류산업 발전에도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대구 및 영남권의 로켓배송 서비스 또한 개선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쿠팡은 대구센터에서 검증된 기술을 다른 지역 풀필먼트센터에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쿠팡 남부지역 물류센터 총괄 매니저인 강정훈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전무는 “자동화를 통해 일자리가 줄어들지 않느냐 우려가 있지만 센터 자체가 지역사회에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며 “사람을 줄이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근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기술이다. 물류산업이 노동집약 기반에서 기술과 사람이 공존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향해 가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