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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온라인플랫폼 ‘방문자 수’ 들여다본다…독과점 제재 추진

강신우 기자I 2022.10.24 08:20:00

공정위, 플랫폼 관련 제재안 방향은
시장지배력 산정에 ‘이용자 수’ 집계
기업결합시 ‘네트워크효과’ 등 반영
“제재 강화보단 ‘기준 마련’ 수준”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온라인 플랫폼사업자 시장지배적 지위 판단 시 매출액뿐 아니라 이용자 수, 트래픽 등을 고려한 심사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다.”(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카카오톡(카톡) 먹통 사태를 계기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연말까지 마련하는 제재안은 지금까진 기준이 없어서 거대 온라인 플랫폼업체에 적용하지 못했던 플랫폼 특성을 대거 반영한다. 핵심은 ‘이용자 수’ ‘데이터 수집 및 보유 능력’ 등이다. 매출액만으로 시장지배력을 평가할 수 없는 플랫폼의 특성상 해당 업체의 매출 외 점유율 산정기준을 따로 마련한단 의미다.

◇온라인플랫폼 특성 반영한 제재안 마련

23일 관가와 국회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 같은 내용의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및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심사지침’ 제정과 ‘디지털 플랫폼 분야 기업결합 심사를 위한 경제분석 기법 연구’를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각각 연말과 내년 초까지 심사지침을 마련한다.

이번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독과점 관련 심사지침 제정은 기존 공정거래법상 불분명한 규정을 좀 더 명확히 하고 새로운 시장인 플랫폼 시장의 특성에 맞게 보완한다는 취지다. 현행 심사지침은 온라인 플랫폼 분야의 △다면적 특성 △네트워크 효과 및 데이터 집중으로 인한 쏠림효과 △시장의 혁신 및 동태적 효과 등을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특히 위법 여부를 판단할 때 사업자가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지 파악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들이 포함되는데 시장점유율 산정시 매출액 기준 외 사용자 수, 사용 빈도 등을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테면 인터넷 포털사이트는 간접 네트워크효과로 이용자 수가 광고금액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검색 횟수나 방문자 수가 지배력 평가 시 매출액만큼 유용할 수 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또한 플랫폼 기업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억제하기 위한 기업결합 심사기준도 개정한다. 이에 앞서 공정위는 지난 6월 연구용역을 맡겼는데 해당 연구는 기업결합 심사시 고려요소로 다면시장, 네트워크 외부성, 혁신경쟁 등 전통산업과 구분되는 특성을 반영하고 경쟁제한성 판단을 위한 분석 기법을 검토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플랫폼 기업은 제조업 등 전통 기업과는 달리 기업결합을 할 때 여러 면에서의 시장에 상호 영향을 미치는 데 이를 심사지침에 반영하고 또 시장 집중도를 측정할 때 무료서비스 등은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등 플랫폼 시장에 맞는 특성을 좀 더 보완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했다.

공정위가 플랫폼 기업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억제하려는 것은 지난 19일 당정이 제2의 카톡 먹통사태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과도 궤를 같이 한다.

앞서 당정은 플랫폼 기업이 문어발식 확장을 자제하고 소비자와 데이터 보호 등에 재원을 더 쏟을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번 카톡 사태는 카카오가 ‘국민 메신저’로 성장했지만 이후 사업을 무분별하게 확장하면서 데이터 관리 등이 부실했다는 판단에서다. 카카오의 계열사는 134개(6월 기준)에 달한다. 2018년 72곳에서 4년 만에 2배 가량 증가했다.

◇독과점 플랫폼 제재 수위 높아지나

공정위가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 마련 등과는 별개로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반칙행위를 엄단하는 데 힘이 더 실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한기정 위원장은 지난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공정위 종합감사에서 “(카카오T가) 독점이윤 창출에 좀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며 “철저히 조사해 법을 집행하겠다”고 했다.

현재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T)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대해 각각 심결 준비와 조사를 하고 있다. 공정위는 카카오T라는 중계 플랫폼으로서의 독점적 시장지배력이 가맹택시 사업으로 전이됐다고 보고 있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웹소설 공모전 출품작의 저작권을 부당하게 가져갔다는 혐의(거래상지위남용)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공정위는 또 카카오 총수인 김범수 의장을 겨냥한 조사도 진행하고 있는데 카카오가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케이큐브홀딩스 관련 자료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는 혐의다. 케이큐브홀딩스는 김 의장이 100% 소유한 사실상 가족회사다. 김 의장을 겨냥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로 지난 2016년에는 다음카카오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자료를 제출하며 엔플루토 등 5개 계열사를 누락했다며 경고 처분을 내렸다.

다만 이번 카톡 먹통 사태를 계기로 촉발된 제재 분위기가 굳어지진 않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의 기조가 플랫폼 기업을 법으로 옥죄기보다는 ‘자율규제’인데다 친(親)기업 성향이 짙어 이 같은 철학을 일순간 바꾸긴 어렵다는 평가다.

공정위 출신의 고위 관계자는 “기업혁신과 공정, 시장경쟁을 도모해야 할 공정위로선 지금의 제재 일색의 여론이 내심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라며 “이번 심사지침 제정 등은 제재 강화라기보다는 제재 기준 마련 정도로 새 정부의 플랫폼이나 기업에 대한 철학이 확연히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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