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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푸틴은 전범” 첫 언급
16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진행한 대국민 연설 이후 기자들과 만나 푸틴 대통령을 가리키며 “그는 전범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시한 푸틴 대통령을 두고 전범이라고 규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백악관은 그동안 전범이라는 용어를 쓰는 건 주저해 왔다. 전쟁 범죄로 규정하려면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민간인, 특히 병원을 공격하는 등 잔혹성을 드러내자 결국 전범이라는 용어를 쓰며 맹비난한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을 향한 가장 강도 높은 레토릭(수사)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미국 상원은 전날 만장일치로 푸틴 대통령을 전범으로 규정한 결의안을 통과 시켰다. 결의안은 우크라이나 내 전쟁 범죄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기로 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결정과 푸틴 대통령의 연루 혐의를 조사하는 걸 지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ICC의 카림 칸 검사장은 러시아의 침공 과정에서 전쟁범죄가 있었다고 볼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며 39개국으로부터 조사 승인을 받았다고 밝힌 상태다.
현실적으로 ICC가 움직인다고 해도 푸틴 대통령을 국제 재판대에 세울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ICC는 전쟁 범죄, 대량 학살, 반인도적 범죄 등을 저지른 개인 전범을 수사하고 증거가 있다면 재판에 회부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그런데 러시아는 2016년 ICC에서 탈퇴해 그런 권한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ICC의 요구에 푸틴 대통령이 응할 리 만무한 것이다.
또다른 경로인 국제사법재판소(ICJ)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ICJ는 개인이 아닌 국가간 분쟁에 대한 판결을 하는 곳인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ICC가 아닌 ICJ에 제소하며 법적 절차를 시작했다. 다만 ICJ가 러시아를 유죄로 판단하더라도 그 판결의 집행은 유엔 안보리가 맡는다는 점이 문제다. 상임이사국 5개국 중 하나인 러시아가 거부할 경우 안보리 통과가 불가능한 구조적인 결함 탓이다.
그럼에도 푸틴 대통령이 전범이라는 걸 국제사회가 인정했다는 상징성은 클 것으로 점쳐진다. 미국에 앞서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이미 푸틴 대통령의 침략 행위는 전쟁 범죄라고 주장했다. 다른 해외 정상들 역시 이같은 비난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의 가장 큰 병원에서 수백명의 의사와 환자를 인질로 잡고 있다는 보도를 봤다”며 “이건 전시의 잔혹 행위(atrocities)이고 세계에 대한 모욕”이라고 질타했다.
◇러, 즉각 반발 “용서할 수 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드론을 비롯해 8억달러(약 9900억원) 규모의 추가 무기 지원 계획을 별도로 발표했다. 그는 “800기의 스팅어 대공 미사일 시스템과 우크라이나군이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헬리콥터를 포함할 것”이라며 “(드론까지 포함한 건) 최첨단 무기를 보내겠다는 약속 이행의 차원”이라고 말했다.
이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미국 의회 연설 직후 나왔다. 그는 미국 상·하원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15분간 화상 연설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생각할 때 2차 세계 대전 때 하와이 진주만에서 일본의 공격을 받았던 것과 2001년 당시 9·11 테러를 당했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러시아 측은 바이든 대통령의 전범 언급을 두고 즉각 반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용납할 수 없고 영서할 수 없는 언사”라고 강하게 비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타스통신은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면서 미국을 향해 “과거 그들의 폭탄으로 전 세계 수십만 명이 숨졌다”고 질타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전범으로 공식 규정하고 러시아가 곧바로 반박하면서, 서방 진영과 러시아간 공방전은 한층 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