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는 전문가 두 사람과 함께 해법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론스타 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활동을 하며 목소리를 내온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와 송기호 법무법인 수륜아시아 대표변호사(전 민변 국제통상위원장)다.
두 전문가 모두 우리가 더 이상 론스타에 끌려다니지 말고 게임의 판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선 정부는 론스타가 금융자본으로서 외환은행의 적법한 인수자라고 했던 과거 잘못된 판단부터 인정하는 일이 핵심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담은 지난 14일 이데일리 본사에서 이정훈 사회부장이 묻고 두 사람이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
다음은 좌담회 일문일답.
-론스타와의 ISD는 왜 8년씩이나 이어지는 건가.
△(전성인) 론스타가 재판으로 돈을 벌겠다는 건 최후의 선택이었을 거라고 본다. 론스타는 일단 재판을 걸어놓고 ‘내가 돈을 못 받을 지 모르지만 그렇게 되면 한국 정부도 무사하지 못할 거다’라며 연루된 당사자들에 대한 협박으로 뒤에서 얼만큼의 돈이라도 챙기려고 했던 게 아닐까 싶다. 2016년에 이른바 ‘1조원 밀약설’이 돌기도 했다. 론스타 사건과 관련있는 사람들은 현재 장관이나 국회의원 등 주요 보직에 있다.
(송기호) 자료를 보면 ISD는 보통 4~5년 정도면 끝난다. 이 사건 장기화에는 우리 구조의 취약함이 있다. 때로는 국제투기자본이 들어올 수 있지만 그렇더라도 우리 정책의 범위에서 가능하다는 세계화 전략이 있었어야 했다. 각국은 투자자조약 등 투자 특혜에선 페이퍼컴퍼니를 제외한다는 일종의 안전장치를 2000년대에 갖췄다. 우리는 그러지 않았다. (론스타 ISD 빌미를 제공한 한국·벨기에 간 투자보장협정(BIT)은 페이퍼컴퍼니도 벨기에의 투자자로 보호한다) 우리의 세계화 전략에 대한 취약함이 노출됐고 론스타는 약한 고리를 치고 들어왔다. 소송이 끝나지 않고 변론이 계속되는 건 론스타가 우리를 압박하고 겨눌 수 있는 형국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론스타가 최근 공영방송 등을 통해 우리 정부에 합의를 시도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는데.
△(전) 론스타는 지속적으로 우리 정부에 합의 시도를 해왔다. 그때나 지금이나 (정부와) 유지되는 대화 채널이 있을 것이다. 이번에는 대화 채널 이외에 대중에게도 일부 압박을 알리는 것이다.
-론스타가 하나금융을 상대로 한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에서 패소했다. 이 결과가 우리 정부에 불리할까
△(전) 하나은행과 론스타가 싱가포르에서 ICC 중재 소송을 하는 것을 금융당국은 당연히 알았다. (ICC 중재판정부는 한국 금융당국이 외환은행 매각가격을 낮추도록 개입했다고 판단하며 론스타의 손해배상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한국 정부가 뒤집어 쓴다고 생각했으면 ICC 중재에 당사자로 들어가 얘기를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송) 조금 다르게 본다. ICC 중재는 론스타와 하나금융 간의 공격 방어다. 정부가 당사자로 직접 참여해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는 힘든 구조다. 그러나 ISD에선 정부가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있을 것이다. 핵심 쟁점인 ‘론스타는 적법한 투자자가 아니다’라는 점에 집중해야 한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스스로 가격을 인하했다는 것으로 쟁점이 좁혀지면 ICC 판단은 우리에게 불리한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그래서 틀을 바꿔 본질을 말해야 한다. 책임있는 당국자가 론스타는 인수자격이 없었다고 말을 해야 하는데 그 이야기를 못 하고 있다.
|
-우리가 론스타가 금융자본이 아닌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이라는 점을 놓쳤다는 의견이 있다. 그래서 한국 정부의 완전한 승리는 불가능한 구조라는 말도 나온다.
△(전) 국내법을 위반한 투자자는 ISD를 통해 국제중재 심판청구 혜택을 누릴 수 없다. 우리 정부를 대리한 로펌이 몰랐을 수는 없다. 소송 전망을 섣불리 예단할 수 없지만, 중재판정에서는 100대 0이 가능하다. 실제 론스타는 올림푸스캐피털(외환카드 2대주주)과 하나금융을 대상으로 한 2건의 ICC 중재에서 모두 완전히 패소했다. 정부가 ‘완전 승소는 어렵겠고 일부 배상을 해주면 선방하는 것’이라고 하는 건 론스타에 돈을 주는 하나의 논리일 수 있다. 배상금은 국민 호주머니에서 나가야 한다. 정부가 95대 5 또는 90대 10의 승리를 거두면 선방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세계화를 위해 치뤄야 했던 수업료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송) 론스타는 인수자격이 없었다는 핵심 쟁점으로 정면 승부를 해야 한다. 국제 중재에선 투자유치국이 어떻게 하든 간에 투자자는 적법한 투자자여야 한다는 게 요건이다. 정보공개소송에 따르면 한국 행정법원은 론스타 비금융자산이 2조원을 넘어 2005~2010년에는 인수자격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이게 ISD에서 확인되면 우리가 이길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정부가 이런 얘기를 하는 건 과거 자신들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가야 한다.
-한국 정부가 또 말해야 할 것은.
△(송) 민변에서 론스타가 주장한 5조원의 근거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다. 보도된 문건에 따르면 그 중 약 8900억원은 조세 관련이다. 조세 분쟁은 한국 법정에서 이미 다퉜기 때문에 국제 소송에선 다룰 수 없다. 또 론스타는 승소하면 벨기에에 낼 세금이 약 1조원이라며 달라고 하는데 이것도 빼야 한다. 나머지는 그동안 4건의 외환은행 매각실패에 대한 손해배상을 주장하는 듯 하다. 그런데 이득은 한번만 실현가능한 것이다. 1번의 매각실패에 대한 손해를 주장해야지, 각각의 매각 건에서 못 팔아 생긴 손해를 일일이 더한 것은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 론스타 주장금액 중 형식적으로 판단할만 것은 많아야 6000억~7000억원 수준으로 본다. 정부는 이 사건은 최대 8000억원(외환은행 인수가격 인하금액)에 그친다고 말을 해야 한다. 론스타의 5조원 산출 근거에 대해 우리 정부 역시 한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는.
△(송) 우리가 패소할 것이다라고 하는 건 론스타에 놀아나는 것이다. 한국이 결국은 질 것이다는 패배의식이나 예단을 경계해야 한다. 론스타의 소(訴)제기에 대한 본질적 모순과 싸워야 한다. 론스타 사건을 맡고 있는 몇명 변호사에 맡길 게 아니라 갖고 있는 정보를 공개하라는 말을 꼭 하고 싶다.
(전) 론스타와 모피아가 짠 큰 시나리오가 줄거리일 수 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에서 나갈 때 금융당국이 징계하는 척을 하고 그 대신 배당으로 돈을 준다는 식으로 말이다. 비금융주력자 문제는 판 자체를 뒤엎는 것이니 서로 얘기하지 말자는 합의가 있었을 수도 있다. 우리로선 국민 혈세를 단 한 푼도 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가져야 한다. 무자격자가 헤짚어 놓았는데 노자돈까지 받아가는 건 안 된다. 당국자들이 론스타에 동의를 했어도 대한민국 법은 그렇지 않다고 하고 싶다.
|
◆전성인 교수는
△1959년 서울 출생 △서울대 경제학 학사 △MIT 대학원 경제학 박사 △한국계량경제학회 사무국장 △한국금융학회장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송기호 변호사는
△1963년 전남 고흥 출생 △서울대 무역학 학사 △사법연수원 30기 △환경농업단체연합회 자문변호사 △조선대 법과대학 겸임교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장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자문위원 △법무법인 수륜아시아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