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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용의 軍界一學]철책 없애고 병력 주는데…軍 경계실패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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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용 기자I 2020.06.07 09:21:46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지난 5월 중국인 8명이 밀입국한 태안 해변과 불과 15㎞ 떨어진 곳에서 지난 4일 또 다른 보트가 발견됐습니다. 앞서 지난 4월 발견된 검정 고무보트를 통해서는 모두 5명이 밀입국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와 충남 태안간 밀입국 ‘루트’가 드러난 것입니다. 중국과 최단거리인 320㎞에 있는 지리적 특성을 이용한 새로운 방식입니다. 이를 파악하지 못한 군 감시망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해안경계 작전 실패

군 당국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를 출발해 다음 날인 21일 오전 11시 23분께 태안 의항리 방파제에 보트가 도착하기까지 군 해안레이더에는 6회, 해안복합감시카메라에는 4회, 열상감시장비(TOD)에는 3회 등 모두 13차례 해당 표적이 포착됐습니다.

그러나 운용병과 감시병들은 이를 통상적인 낚싯배나 일반 레저보트로 보고 대수롭지 않게 넘긴 모양새입니다. 레이더 영상에 새로운 표적으로 나타나면 이를 확인해야하고, 다른 장비나 관계기관 등과 추가 확인하는 절차가 이뤄져야 하지만 이를 간과해 추적·감시하지 않은 것입니다.

게다가 지난 4월 20일 태안 의항 해수욕장 해변에서 발견된 고무보트 역시 5월 보트와 같은 루트로 밀입국했지만 이 역시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재조사가 사건 발생 한참 뒤인 이달 초 이뤄지면서 일부 영상은 저장기간이 지나 자동 삭제돼 확인이 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TOD는 해당 보트가 촬영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약 다섯시간 동안 부품 고장으로 아예 녹화가 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달 25일 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해변에서 중국인들이 타고 온 것으로 추정되는 소형 보트가 발견돼 군 장병들이 경계 근무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같은 군 감시망 문제는 지난 해 6월 북한 소형 목선의 삼척항 입항 때도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당시에도 북한 목선이 해안레이더와 카메라 등에 포착됐지만, 운용 요원이 이를 반사파로 오인하는 등 특이 선박을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이 사건 이후 군 당국은 해상 및 해안 감시체계 정비와 운용요원 교육 등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했지만 같은 사건이 반복된 것입니다.

줄어든 병력, 첨단 전력으로 대체한다?

이에 따라 북한 뿐만 아니라 전방위 위협에 대응하겠다던 군 당국이 곤혹스러운 모양새입니다. 현 정부들어 국방부는 ‘국방개혁 2.0’을 추진하면서 현존하는 북한 위협에 대한 충분한 억제와 대응 능력을 확보하고, 잠재 위협과 비군사적 위협에 대한 대응 능력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밀입국 역시 우리 안보를 해칠 수 있는 비군사적 위협입니다. 해안 경계 실패가 계속되는건 전방위 위협에 대응한다는 군의 새로운 작전 개념이 아직 적용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사실 해안선 경계작전의 경우 전체를 감시할 수 없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합니다. 이에 따라 적 예상 침투로에 소초를 집중 배치하고 민간 출입이 잦은 해수욕장 인근 등은 주민신고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북한 뿐만 아니라 주변국의 비군사적 행동도 감시하고 대응하려면 소초 및 순찰로 운용 등이 달라져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국방부는 전방위 위협 대응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한 방법론으로 첨단과학기술 기반의 정예화된 군을 제시했습니다. 상비병력을 50만명 수준으로 줄이지만 첨단과학기술 기반의 정예화된 군 구조로 바꿔 북한 위협을 포함한 전방위 안보위협에 대응한다는 구상입니다. 그러면서 복무 기간 단축에 따른 군의 숙련도 문제도 첨단화 및 자동화된 전력 증강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일련의 해안경계 실패 사례가 증명하듯, TOD와 카메라 장비 등 감시자산들이 있고 해당 표적을 포착했지만, 결국 이를 인지하고 분석해 대응하는 것은 사람입니다. 적정 수준의 병력과 임무에 요구되는 숙련도 문제라는 얘기입니다. 이번 소형 보트가 발견된 태안 지역은 육군 32사단 관할입니다. 평택항 밑에서부터 서천 앞바다까지 150여㎞가 넘는 해안선을 단 2개 대대 병력이 촘촘히 감시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1개 소대가 40여㎞ 씩을 맡고 있다고 하니 병력의 피로도 문제 해소가 절실합니다.

지난 2019년 국방부의 규제혁신 대표 사례 자료 발췌 [출처=국방부 홈페이지]
철책·초소 철거, 안보 우려 야기

국방개혁 2.0에 따른 해안 철책과 해안 초소 철거도 우리 군의 해안 경계를 어렵게 하는 요소로 지목됩니다. 국방부는 지난 2018년 관광 활성화와 주민편의를 위해 2021년까지 3522억 원을 투입, 해·강안 철책 413㎞ 중 284㎞와 해안초소 483개를 포함한 8299개소의 군 유휴시설을 철거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당시 유휴초소와 경계 철조망 철거를 위해 작전성 검토를 충분히해서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해·강안 경계작전을 인력 중심에서 첨단 감시장비 중심으로 전환해 군사대비태세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다는 설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유휴 초소라도 침투하는 세력에게는 이를 피해가게 하는 지형·지물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철책 또한 우리 군이 집중 감시하고 있는 지역으로 유도하는 기능도 합니다. 지역주민과의 상생과 국민 불편 해소를 위한 국방개혁 2.0 과제가 되려 국가 안보를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번 태안 경계 작전 실패로 또 전 해안경계부대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사단, 군단, 작전사령부, 합동참모본부 등 상급 부대의 잇딴 검열로 부대의 피로도가 쌓여가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안그래도 코로나19로 인한 제한된 생활로 스트레스가 극심한 상태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장병들의 과오도 분명 있었지만, 구조적·환경적인 문제들도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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