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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실사영화 ‘알라딘’이 선풍적 인기다. ‘알라딘’은 ‘천일야화’의 이야기 중 하나로 27년 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영화를, 실사(라이브 액션)로 리메이크한 영화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알리딘’은 39일차인 27일 누적 관객 800만 명을 돌파했다. 개봉한 지 한 달을 넘겼는데 신작의 공세를 견디며 박스오피스 1~2위를 유지하고 있다. ‘알라딘’의 인기는 입소문에 비례하는 ‘N차 관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CGV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알라딘’의 재관람률은 5월23일~6월12일까지 5.0%에서 5월23일~6월23일까지 6.7%로 늘어났다. 동기간(5월23일~6월23일) 상위 10편의 재관람률 2.4%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알라딘’은 진화한 기술을 통해 만화적 상상을 현실로 구현해낸 점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러나 ‘알라딘’이 호기심 이상의 열풍을 이끈 건 고전의 재해석도 한 몫 했다. 고전이 재해석을 통해 다시 읽히고 있다.
◇ 女女커플 연극 ‘줄리엣과 줄리엣’
디즈니는 ‘알라딘’에 이어서 전편의 성공을 등에 업고 ‘말레피센트2’(‘잠자는 숲속의 공주’ 속 마녀) ‘정글북2’와 ‘인어공주’ ‘백설공주’ 등 고전 명작동화의 실사판 제작을 추진하고 있다. 디즈니나 영화계뿐 아니다. 지난해 3월 초연과 7월 앙코르 공연에 이어 올해 다시 관객을 만나는 연극 ‘줄리엣과 줄리엣’은 영국의 문호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비튼 작품이며, 뮤지컬 ‘로빈슨 크루소’는 주인공인 크루소 역할을 남자 배우와 여자 배우가 번걸아 연기하는 작품으로 관객의 관심 속에 무대에 오르고 있다. 네이버는 아동전문 출판사 아울북과 함께 이용자의 선택에 따라 이야기의 전개와 결말이 달라지는 ‘인터랙티브 동화 서비스-동화 만들기’를 출시, 명작동화 20여 편을 새로운 이야기로 재탄생시켰다.
앞선 작품들은 시대의 화두를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이렇게 재해석된 고전은 새로운 메시지로 사실상 새로운 이야기를 끌어낸다. 고전의 변형, 클래식 트랜스포메이션이다.
고전의 ‘알라딘’은 요술램프의 힘을 빌려 왕이 되는 좀도둑 알라딘의 성공담이지만 재해석된 ‘알라딘’은 세상의 편견을 딛고 왕이 되는 공주 자스민의 성장담에 더 가깝다. 재해석된 ‘알라딘’에는 시대가 요구하는 젠더 감(수)성이 반영돼있다. 자스민은 사랑에 목매거나 남편의 성공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왕이 되기를 바란다. 자스민의 테마곡 ‘스피치리스’(speechless)는 27년전 애니메이션에 삽입되지 않은 곡으로 주체적으로 변한 자스민의 캐릭터를 보여준다. 오동진 평론가는 “‘알라딘’은 영상 기술적인 부분과 더불어 젠더 감성을 강화하거나 계층이나 신분을 역전시키는 현재화된 스토리가 관객에게 호감을 산 측면이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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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로미오와 줄리엣’을 변형시킨 ‘줄리엣과 줄리엣’은 원수지간인 몬테규와 캐플릿의 집안에서 각각 태어난 로미오와 줄리엣, 남녀(男女)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줄리엣 몬테규와 줄리엣 캐플릿이라는 여여(女女)의 사랑 이야기로 새롭게 접근했다. 원수보다 동성애를 금하는 이야기가 비극적 사랑에 현실성을 부여했다. ‘줄리엣과 줄리엣’은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의 편견과 혐오를 꼬집는다. ‘로빈슨 크루소’는 쓰레기 무인도에 갇힌 로빈슨 크루소의 이야기를 통해 환경보호의 중요성과 함께, 성역할 고정관념을 깬 ‘젠더 프리 캐스팅’으로 공감을 얻고 있다.
네이버의 인터랙티브 동화 서비스는 인공지능 음성 기술과 쌍방향 방식으로 고전을 재해석 한다. 한 예로‘개미와 베짱이’는 원작처럼 개미는 부지런해서 착하고 베짱이는 게을러서 나쁘다로 이야기를 끝맺지 않는다. 이야기의 구간마다 독자의 선택에 따라서 다양한 결말을 얻는다. 그 중에는 개미와 베짱이는 신체구조에 차이가 있어 잘하는 게 다르다는, 적성과 공생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도 존재한다. ‘개미와 베짱이’ ‘줄리엣과 줄리엣’은 서로의 다름,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지 않는 요즘 사회에 다양성의 가치를 환기시킨다.
이은영 네이버 오디오클립 리더는 “‘동화 만들기’는 선택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출판사 소속 작가들이 요즘 현실에 맞는 교훈적인 내용으로 제시했다”며 “이야기를 만들어간다는 창의성 측면과 함께 현실에 적합한 교훈적인 재해석에 아동과 학부모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