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제도 스무돌]경기침체에 회생법원이 붐빈다…기업파산 `역대 최다`

이승현 기자I 2019.01.03 06:11:00

법인파산, 작년 1~11월 737건으로 역대 최대 740건 웃돌 듯
개인회생, 15년부터 3년간 감소세에서 작년 증가세 전환
채무상환 어려운 개인·기업 규모 확대 시그널로 해석
회생 변제기간 단축 등으로 도덕적 해이 부추긴 측면도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빚에 허덕이다 최후의 수단으로 법원에서 채무 면책 또는 탕감을 받은 개인과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기업파산은 역대 최대 규모다. 계속된 경기 침체와 이자부담 증가로 경제주체들이 한계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제도를 이용해 빚부담을 줄이려는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적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일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말까지 법인파산 신청이 737건을 기록했다. 이 추세대로면 12월을 포함한 지난해 연간 법인파산 신청 건수가 종전 역대 최고인 2016년(740건)을 웃돌았을 것이 확실시된다. 법인파산 신청 건수는 △2014년 540건 △2015년 587건 △2016년 740건 등 계속 늘다가 2017년 699건으로 줄었지만 1년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 법인파산은 기업이 회사 재산으로 모든 빚을 변제할 수 없을 때 재산을 현금화해 채권자들에게 우선 나눠주고 남는 채무는 면책받는 제도다.

개인이 일정기간 꾸준히 채무를 변제하면 나머지는 탕감받는 개인회생 신청도 다시 늘었다. 작년 1~11월중 누적 개인회생 신청은 8만3548건으로 2017년 전체 건수(8만1592건)을 이미 넘었다. 개인회생 신청은 2011년 6만5171건에서 2012년 9만368건으로 급증한 뒤 2013년 10만5885건에 이어 2014년 11만707건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2015년 10만96건 △2016년 9만400건 △2017년 8만1592건 등 감소세를 보이다 지난해 다시 늘었다. 다만 회생에 비해 조건이 엄격한 개인파산 신청은 지난해 같은 기간 3만9642건으로 1년전(4만493건)에 비해 2.1% 줄었다.

이처럼 기업파산과 개인회생이 늘어난 것은 경기 침체와 이자부담 증가로 빚을 감당하기 어려워진 탓이 컸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최근 몇년간 개인과 기업의 채무 구조조정이 계속 진행됐는데도 지난해 회생·파산 신청 건수가 동시에 늘어났다는 건 그만큼 한계상황으로 내몰린 개인과 기업이 많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회생과 파산제도가 정착하면서 이를 이용해 빚을 탕감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탓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 개인회생의 경우 작년부터 변제기간이 기존 최대 5년에서 3년으로 단축된 영향도 있다. 전체 소득에서 최저생계비를 제외한 금액을 변제자금으로 내는 기간이 줄면서 개인회생 신청 부담이 덜해졌다는 얘기다.

이렇다보니 채무자들이 힘겹게 빚을 갚기 보다는 법적절차를 통한 채무 감면을 손쉽게 시도하려는 도덕적 해이가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신용회복위원회의)개인워크아웃 등 다른 절차를 진행했던 사람들이 개인회생 절차가 예전보다 수월해졌다고 보고 옮겨온 듯하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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