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반세기…외연 확장·사업 다각화로 제2도약 준비하는 식품업계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본업(本業)을 버리는 자는 망하지만, 본업만 하는 자도 망한다.”

지난 1969년 원양어선 1척으로 시작한 ‘동원산업’을 글로벌 생활기업으로 키워 낸 김재철(83) 동원그룹 회장의 지론이다. 전통을 중시하면서도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는 철학은 반세기가 지난 현재, 동원을 수산전문기업에서 연 매출 7조원대 그룹으로 도약시킨 원동력이다. 강산이 다섯 번 바뀌는 세월 동안, 동원을 포함한 국내 식품사들은 전통을 지키면서도 변화를 거듭하며 성장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2019년 기해년(己亥年) 창립 50주년을 맞는 이들은 융·복합과 사업 다변화 등을 통해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이 1969년 제31동원호 출어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동원)

◇인수합병(M&A) 등 외연 확장 통한 성장 동력 마련

수산·식품·종합포장·물류 등 식품 중심의 ‘4대 사업군’을 완성한 동원은 인수·합병(M&A)을 통한 외연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물류회사 동부익스프레스에 이어 최근 디섹이 보유하고 있던 BIDC 지분 51.04%를 370억원에 인수, 물류 부문이 1조원 규모로 커졌다. 앞서 2008년 미국 최대 참치캔 브랜드 ‘스타키스트’를 시작으로, 세네갈 수산캔 회사 ‘스카사(S.C.A SA)’, 해외 포장재기업 탈로파시스템즈, TTP·MVP(베트남) 등도 품에 안았다.

향후 양식업, 온라인 유통 시장에 이어 글로벌 경영 확대를 위한 해외 M&A도 진행할 계획이다.

발효유 전문기업 한국야쿠르트는 제조·유통 경쟁력을 갖춘 ‘종합식품유통회사’로 거듭나고 있다. 1995년 국내 최초 종균 국산화에 성공한 뒤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 등 히트작을 꾸준히 생산하며 현재 국내 발효유 시장 40%를 점유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 등 브랜드 다양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신선 간편식 ‘잇츠온’을 선보인 야쿠르트는 온라인몰로 제품을 주문하면 야쿠르트 아줌마가 제품을 배달해주는 O2O 플랫폼 방식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통해 새 성장 동력을 키운다는 방침이다.

고(故) 함태호 오뚜기 명예회장이 1979년 5월 창립 10주년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오뚜기)

◇기본에 충실…품질 고급화·제품 다양화로 승부

80년대 가정간편식(HMR)의 ‘선조’격인 3분 요리 시리즈를 선보인 오뚜기는 지난해 매출 2조원을 돌파하며 대표 장수 식품사로 자리잡았다.

오뚜기의 성장 동력은 다양화 한 제품 경쟁력이다. 오뚜기몰에서만 1120여 가지를 팔 정도로 HMR 범주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HMR 트렌드가 ‘집밥 3.0시대’로 변화하고 있는 만큼 ‘품질’을 강조한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프리미엄 레토르트 제품 ‘엔조이 유어 밀’ 3종이 대표적이다. 향후 전통 식품, 중화요리 및 서양 요리의 상품화를 비롯해 최근 유행하는 식품에 대한 상품화를 점진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또 연간 1000억원 규모의 해외 수출도 미국·중국·호주 등을 중심으로 넓혀나갈 계획이다.

매일유업은 ‘품질제일주의’와 ‘낙농보국’(酪農報國)을 기본 철학으로 유제품의 역사를 만들어 왔다. 50주년인 내년 식문화 트렌드를 주도하는 종합식품·서비스 기업으로 도약을 준비 중이다.

2014년부터 성인 영양식 제품 개발에 착수한 매일유업은 올해 초 사코페니아(근감소증) 연구소 설립을 시작으로 뉴트리션 사업을 생애주기 전반으로 확장하고 있다. 지난 10월 선보인 성인 영약식 전문 브랜드 ‘셀렉스’가 대표적이다. 기존 영유아 대상으로 영양식 사업을 진행해 온 매일유업이 생애 전 주기, 평생의 영양을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담은 브랜드다.

매일유업은 이를 바탕으로 오는 2025년 초일류 건강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고 김복용(왼쪽 여섯 번째) 매일유업 선대회장이 1972년 10월 중부공장 기공식에서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매일유업)

매일유업 측은 “경기 침체 장기화 등 사회 분위기를 감안해 대외적으로 큰 행사를 준비하기 보다 내부적으로 간단한 사내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지난 50년의 역사를 정리한 사사 발간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