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人]"카드는 생물이다"..정원재 우리카드 사장의 승부수

전상희 기자I 2018.04.05 06:00:00

업계 부진에 "카드는 생물, 빠른 변화 없이 생존 없다" 호소
첫 야심작 '카드의 정석'…업계 최대 혜택, 조건은 단순화
'한국화의 아이돌' 김현정 작가와 콜라보레이션으로 눈길
효율적 애자일(Agile) 조직 추진…"시장점유율 10% 이상 목표"

정원재(왼쪽) 우리카드 사장이 4일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 ‘카드의 정석 POINT 특별전시회’에서 김현정 작가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우리카드)
[이데일리 전상희 기자] “카드는 생물(生物)이다.”

오는 11일 취임 100일을 맞는 정원재(사진) 우리카드 사장이 직원들에게 습관처럼 강조하는 말이다. 카드는 살아숨쉬는 생물체와 같아 고객의 필요에 빠르게 맞춰나가지 않으면 생존 여부가 갈릴 수 있다는 절박한 호소다. 그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법정최고금리 인하 등으로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업계에 그야말로 ‘펄떡이는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가 지난 3개월간 공들여 준비한 첫 야심작은 이른바 정원재 카드라 불리는 ‘카드의 정석’이다. ‘수학의 정석’을 떠올리게 하는 이름답게 기본기를 강조했다. 그는 카드 서비스가 종류만 많고 정작 실속은 없다는 시장의 목소리에 주목했다. 이에 포인트 적립 조건은 단순화하고 혜택은 대폭 높였다. 모든 업종에서 업계 최고 포인트 적립율인 0.8%를 기본으로 제공하며 전월 실적 30만원 이용 시에는 한도제한 없이 적립 가능하다. 특히 고객 이용이 많은 10개 업종엔 이용금액의 최대 5%를 제공하고 주요 간편결제 서비스 등록 시에는 추가 3% 혜택도 제공한다. 업종에 따라 최대 적립율은 6%에 이른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점은 카드 디자인에 있다. 카드의 한 가운데에는 ‘카드의 정석’이라는 한글 글귀가 카드 왼편엔 ‘한국화의 아이돌’ 김현정 작가의 ‘과유불급(過猶不及)’ 작품이 자리잡아 가로 8.5cm 세로 5.4cm의 카드 한 장에 작품 느낌이 물씬 묻어난다. “방탄소년단이 세계적 인기를 끄는 시대에 왜 카드엔 영문 네이밍과 현대 디자인만 담느냐”는 정 사장의 아이디어다. 동양화를 기반으로 여성의 발칙한 모습을 그리는 ‘내숭’ 시리즈의 김 작가도 정 사장이 직접 추천했다. 업계 최초의 한국화 콜라보레이션이다. 신규 카드 출시에 전시회라는 이례적인 이벤트도 함께 마련했다.

(사진=우리카드)
우리은행 영업지원부문장 출신인 정 사장의 첫 승부작인 만큼 ‘카드의 정석’에는 우리은행의 전폭적 지지도 함께하고 있다. 우리은행 최초로 단일 카드상품에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4일 출시기념 전시회장엔 은행 임원들이 대거 참여했다. 그는 “카드의 최대 판매채널인 은행의 응원이 중요하다”며 “출시 기념 전시회장에 은행 임원이나 영업본부장님들이 너무 많이 와 걱정이다. 은행과의 관계는 찰떡궁합”이라며 웃었다.

지난 1월 2일자로 우리카드 제 4대 사장에 취임한 정 사장은 하루하루 숨 돌릴 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길거리에 모든 것이 다 카드 아이디어로 보인다”는 그의 머릿속엔 우리카드의 도약을 책임질 사업 전략들이 싹을 틔우고 있는 중이다. 이를 위해 ‘디자인·디테일·디지털(Design·Detail·Digital)’ 등 3D를 중심으로 조직을 이끌며 보수적 금융조직에서 유연하고 효율적인 ‘애자일(Agile)’ 조직으로의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직원들의 복장 자율화를 선언하고 형식적 보고를 없앤 것도 그 일환이다. “반바지도 오케이”라는 그의 선언으로 직장 내에선 넥타이를 벗어던지고 청바지에 스니커즈를 신은 직원들이 나타나고 있다.

취임 100일을 맞은 그는 앞으로의 목표로 “시장점유율(MS) 높이기”를 꼽았다. 정 사장은 “MS 10%도 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업권에 참여할 자격도 없다. 이러한 상황에 어떤 플레이어와도 제휴하기 어렵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하지만 그는 낙관한다. “내일은 있지만 어제는 없다”는 말을 신념처럼 여긴다는 정 사장은 “과거나 현재의 한계보단 미래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이 같은 환경 하에서도 얼마든지 잘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인력이나 예산에 맞추고 리스크나 소비자 불편 등을 고려해 균형을 갖춰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