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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현 검사 폭로 진상조사 착수…처벌 가능성은 미지수

한정선 기자I 2018.02.01 06:00:00

8년 전 성범죄 ‘친고죄’ 적용하면 고소기한 지나
“공소시효 지나” VS “고소 가능 시점 따져야”
인사 불이익·은폐 ‘직권남용’ 적용엔 증거확보 관건

서지현 검사가 29일 JTBC 뉴스룸에 출연, 당시 법무부 간부였던 안모 검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JTBC 뉴스룸 방송화면 캡쳐=연합뉴스)
[이데일리 한정선 윤여진 기자] 검찰이 서지현(사법연수원 33기)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의 성추행 폭로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했지만 가해자 처벌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8년 전 사건이라 공소시효가 이미 지났다는 의견이 많아서다. 가해자로 지목된 안태근(사법연수원 20기) 전 법무부 검찰국장 등은 이미 검찰을 떠난 상황이라 내부 징계도 어려운 상황이다.

◇조사단 발족했지만 가해자 처벌에는 ‘제약’

대검찰청은 31일 서 검사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과 피해회복을 위한 조사단을 발족, 운영한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조만간 서 검사와 안 전 국장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대검은 필요한 경우 강제수사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여검사 성추행 진상규명 조사단장’으로 임명된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은 검찰총장과 회의를 마친 뒤 “이 사건 진상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검찰 내 남녀 구성원 모두가 안전하고 평등한 조직문화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서 검사는 지난 29일 검찰 내부게시판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2010년 10월 한 장례식장에서 당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인 안 전 국장에게 강제 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당시만 해도 성범죄는 ‘친고죄’에 해당했다. 친고죄의 경우 성추행 발생시점에서 6개월 이내에 피해자가 고소해야 가해자 처벌이 가능하다. 2013년 형법 개정으로 친고죄는 폐지됐지만, 이 사건의 경우 친고죄가 적용된다. 법 개정 이전에 발생한 범죄에 대해서는 개정 사안이 소급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서 검사는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었던 최교일(사법연수원 15기)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 사건을 앞장서 덮었다고 주장한다. 또 자신이 2015년 여주지청에서 통영지청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 것도 안 전 국장에 의한 인사상 불이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통상 3~4년차 검사 다수와 경력검사 1명이 배치되는 통영지청에 12년차인 자신이 발령을 받은 사실을 납득할 수 없다는 논리다. 통영지청에 경력검사가 2명이 배치된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란 주장도 덧붙였다.

법조계에선 이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직권남용죄 공소시효가 7년이기 때문이다.

나승철 법무법인 대호 변호사(전 서울변회 회장)는 “검사의 경력과 인사 평정 등을 반영해 근무지를 발령해야 하는데 기준대로 하지 않고 지망하지 않은 곳에 갑자기 가게 했다면 인사발령을 강요한 일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나 변호사는 “당시 서 검사를 통영지청으로 발령내면서 인사평정도 그곳으로 가는 게 맞도록 서류를 만들어놨을 것”이라며 “이를 입증해 내는 것이 앞으로 쟁점이지만 혐의 입증을 위한 증거확보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檢 “진상규명 우선”…처벌 여론이 수사 변수

한편에선 가해자 처벌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노영희 법무법인 천일 변호사는 “강제추행 혐의 고소기간이 지난 것은 맞다”면서도 “실질적으로 고소할 수 있는 시점부터 고소기간이 지났는지 여부를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서 검사로서는 법무부 주요 간부로 재직한 안 전 국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내기 쉽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노 변호사는 “피해자가 고소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됐을 때부터 공소시효를 적용하면 지금 처벌이 가능하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검은 공소시효 등과 상관없이 우선 진상규명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주영환 대검 대변인은 “공소시효를 거론하면서 조사범위를 좁힐 필요는 없다”며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가해자가 가려지면 응분의 책임을 묻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변수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 여론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검찰 안팎에서 이번 조사가 수사의뢰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날 오후 3시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서 검사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가해자 엄벌을 요구하는 글이 88건이나 게시됐다. 이 중 ‘안태근 검사와 사건을 알고도 덮어버린 최모 당시 검찰국장 처벌해 달라’는 제목의 게시글에는 1만 2315명이 동의를 표했다.

한편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한인섭 서울대 교수)는 검찰이 조직 내 성폭력 의혹 사건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위원회 권고안을 적극 수용해 사건의 진상이 공정하고 철저히 규명되고 재발방지를 위한 강력한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여검사 성추행 진상규명 조사단장’으로 임명된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 (사진=이데일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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