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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순전히 믿고 따라준 동료들 덕이다.” 최근 포스코 인사에서 상무보로 승진한 손병락(60) 명장(名匠)은 “주변 도움이 있어 오늘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며 회사 선후배·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손병락 상무보는 현장 전동기 부문 최고 기술을 가진 명장 1호다. 최근에는 포스코 50년 역사상 첫 고졸 명장 출신 임원이라는 수식어를 꿰찼다. 포스코 명장은 세계적 수준의 기술과 노하우로 회사에 기여하고 있는 현장 직원을 독려하기 위해 2015년 도입한 제도다.
그는 “고졸인 내가 임원이 될 거라고는 짐작도 못했다.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서 “다음 후배들을 위해 첫 길을 잘 터줘야겠다는 고민이 앞선다. 책임감이 크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포항공고를 나온 그는 가정형편 때문에 1977년 곧바로 포스코에 입사했다. “배고픈 시절이었어요. 그나마 ‘밥은 얻어먹더라도 고등학교는 보내겠다’는 선친의 교육관으로 고졸 졸업장을 딸 수 있었죠. 다만 밥벌이를 할 수 있는 공고를 택했어요.”
전동기 명장이 된 데는 그의 뚝심과 호기심이 한몫했다. “초등학교 자연시간 때 선생님이 전자석(전기가 흐를 때만 자석이 되는 것) 만드는 걸 보여줬는데 집에서 혼자 호미에 전선을 감고 무작정 따라하다가 감전 된 일이 있어요. 심하지는 않았지만 화상을 입었는데도 ‘나는 왜 안 될까?’ 그 생각뿐이었죠. 입사 후 전기의 기본 원리에 눈을 뜨면서 점점 재미를 느꼈던 것 같아요.”
우여곡절도 있었다. 처음 반장 직책을 맡고 나서다. 손 명장은 “생각처럼 문제가 해결 안 되더라. 사비를 털어 기술자들을 찾아 다녔다. 대부분 설명을 안해줬지만 수리하는 것을 지켜본 뒤 직접 실험해봤다. 열 중 아홉은 실패로 끝났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머릿속에 각인되더라. 내 나름의 표준이 만들어지니 자신감도 붙더라”고 말했다. 이후 전동기 기술 분야 1인자에 올랐다. 제철소에서 가동 중인 대형 전동기 사양도 그가 표준화했다.
보람을 느낄 때는 고장 난 장비들이 재작동을 할 때라고 했다. 그는 2000년 포항공장 열연전동기 파손 당시를 꼽았다. “설비 라인은 어느 하나만 고장 나면 전 과정에 영향을 미쳐요. 생산량에도 막대한 손해를 끼치고요. 일본 제작사에선 수리하는 데만 6개월 넘게 걸린다는 걸 주변의 만류에도 나흘 밤낮을 꼬박 새워 장비를 정상 가동시켰는데 그 쾌감은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하하.”
2014년에는 야간 전문대에서 공부하며 전기공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전기기능장, 전기기사 등 8개 자격증도 땄다. 손 명장은 “41년 동안 새 기술 익히고 현장에 적용하는 것이 참 즐거웠다. 그러다보니 성과도 따라왔다”며 “아직 상무라는 호칭은 어색하다. 명장으로 남고 싶다”고 웃었다.
취업을 준비하거나 사회 초년생인 젊은 후배들에게 조언도 남겼다. “행복의 기준이 뭐냐고 묻는다면 돈, 권력, 미모도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요. 진짜 행복은 사회에서 건전한 자기 역할을 수행하는 순간이죠. 요 며칠 동안 후배들과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찾고 있어요. 최선을 다하면 뭐든 할 수 있다는 희망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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