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말부터 가계대출 타격 불가피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부동산과 가계부채 대책으로 하반기 은행의 가계대출 성장률은 정체에 빠질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은행은 올 하반기 대출자산이 1조1000억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성장률로 따지면 3%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기존 목표치 수준이다. 신한은행도 연초에 세운 자산성장률 목표치 3.2%를 유지하고 있고 KEB하나은행 역시 올해 6조8000억원(3.9%) 늘리겠다는 목표에 변화가 없다.
지난해 국내 시중은행의 원화대출 성장률이 3.2~6.5%였던 것과 비교하면 그만큼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는 얘기다. 상반기중 경기회복세가 뚜렷이 나타나고 집값까지 오르면서 성장에 한 기대치가 높아졌지만 하반기 들어 각종 규제 효과로 자산성장률이 다시 낮아지는 모습이다.
사실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 상승에 따른 갭투자와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영향으로 가계대출은 빠른 속도로 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월 690억원에 그쳤던 은행 가계대출 증가폭은 2~3월 월 2조원대로 늘어난 후 4월에 4조6000억원로 확대하더니 7월까지 매달 6조원 이상으로 더 빠르게 늘었다. 특히 7월에는 6.19 부동산 대책에도 6조7000억원 늘면서 8개월 만에 최대폭 증가세를 기록했다.
은행권에서는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대폭 낮춘 8.2 부동산 대책으로 3분기 말부터는 주택담보대출이 본격적으로 둔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달 2일 이전에 계약했거나 예외적용을 받는 실수요자들의 대출이 8~9월에 걸쳐 실행한다”며 “집 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잔금을 치르기까지 2~3개월이 걸리는 만큼 10월부터 8.2 대책에 따른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기업금융 경쟁력 갖춰야
하지만 은행 수익성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으리라고 본다. 주택담보대출보다 금리수준이 높은 중소기업 대출과 신용대출 등 가계일반대출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의 중소기업대출은 지난달 4조7000억원 늘어 전월 1조7000억원에 비해 증가폭이 확대됐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도 1조9000억원 증가했다.
유승창 KB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은행의 대출 성장률은 지금보다는 둔화하겠지만 중소기업대출과 가계일반대출이 견조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포트폴리오 개선, 시장금리 상승, 장단기 금리 차 확대 등에 따른 순이자마진 개선 효과를 고려할 때 은행의 이자이익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7월 신용등급 1~2등급 기준으로 만기 10년 이상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 대출금리는 연 2.98~3.52%이지만 신용대출 금리는 연 3.05~5.05%로 대략 1%포인트 이상 높다.
다만, 리스크가 높은 만큼 관련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고 연체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또 상반기 대규모 순이익을 낸 만큼 가격(금리)에 대한 압박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마진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이 크다는 의미”라며 “금리는 신용도와 앞으로의 손실 가능성까지 고려해 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익성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리스크 관리 능력의 중요성이 주목받고 있다.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금융으로 수익을 내려면 좀 더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마다 기업금융에서 좀 더 차별화된 서비스와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전문성과 인프라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금융의 경우 예전처럼 자금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 공급자 시장이 아니다”라며 “은행은 자금을 보유한 것만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맞춤형 솔루션 제공과 부가서비스 개발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