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투자 유망자산으로 떠올랐던 브라질국채가 다시 미운 오리 새끼로 전락할까 노심초사하는 투자자들이 상당하다. 한때 헤알화 급락으로 반 토막의 아픈 추억을 안겨줬던 자산인 만큼 트라우마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려면 오히려 브라질국채를 매수할 수 있는 기회라는 분석도 나온다. 저금리시대에 브라질국채는 여전히 두자릿수 금리로 반기마다 쏠쏠한 이자수입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다만 한동안 높은 변동성이 불가피한 만큼 단기적으로 돈의 사용처가 정해져 있거나 돈을 길게 묻어놓기 어려운 투자자들은 피하는 것이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꾸준한 이자수익 노린다면 분할매수 기회
23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브라질 기준금리는 작년 10월부터 다섯 차례 인하에도 불구하고 연 11.25%로 여전히 두자릿수다. 증권사 창구에서 살 수 있는 브라질국채 역시 잔존만기에 따라 금리가 다르지만 10% 이상이다. 삼성증권에서 판매하는 잔존만기 7.7년인 10년짜리 브라질국채 금리는 연 11% 수준이고 NH투자증권의 10년 만기 브라질국채 금리도 연 10%다. 브라질이 국가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질 가능성이 낮다면 연금생활자나 장기 투자자들은 이자수익만 보면 투자를 고려해볼 만하다. 브라질국채 투자로 얻은 이자와 환차익에 대해 비과세가 적용된다는 점도 매력이다.
김씨만 해도 만기까지 보유하면서 이자수익을 얻겠다는 생각 때문에 급하지 않다. 2015년 7월부터 반기마다 입금된 이자가 네 번에 걸쳐 총 1340만원 가량 된다. 지난 22일 수익률을 확인해본 결과 헤알화만 따졌을 땐 -4.09%였지만, 채권 금리까지 반영한 시가 기준으로는 0.85%로 아직 손해는 아니었다. 만기되는 시점에 원·헤알 환율이 관건이지만 그때 헤알화 값이 낮다면 재투자할 계획이다.
신규 투자자라면 분할매수에 나설 기회로 활용할만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헤알화 값이 하락한데다 최근 금리인하로 올랐던 채권가격도 내려갔기 때문이다. 기관투자자 사이에서는 저가매수 기회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한 금융시장 관계자는 “브라질 이보베스파 지수가 하루에 8% 급락한 다음 날인 19일 한국에서는 아침부터 브라질 국채 매수 문의가 많았다”며 “매수 기회로 보고 들어오는 듯했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브라질 경제가 다년간 침체에서 탈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2015년과 2016년 브라질의 실질 경제성장률은 각각 연 -3.7%, -3.6%로 역성장했지만 올해는 0.5% 성장할 것으로 브라질중앙은행은 전망했다. 2018년부터는 성장률이 2%대로 올라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두언 하나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원자재 가격반등으로 수출이 회복되면서 산업활동을 이끌고 있고 통화완화정책은 소비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며 “이같은 경기개선으로 중장기적으로는 헤알화는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높은 거래수수료에 환전수수료까지…단기 투자자는 신중
단기투자 목적이면 신중해야 한다. 국제금융센터는 테메르 대통령 퇴진 여부를 둘러싼 불확실성, 정치권의 만연한 부패 고리, 연방검찰 및 대법원의 광범위한 부패 수사 등으로 정치불안 리스크가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럴 경우 당분간 헤알화 가치는 더 떨어질 수 있고 채권금리는 급등할 수 있다.
신환종 NH투자증권 팀장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자산매각에 나서고 있어 원·헤알화 환율은 다시 300원대 초반까지 하락할 수 있다”며 “정치적 혼란이 다시 부각되면서 당분간 브라질 자산가격의 약세와 변동성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비용도 감안해야 한다. 브라질국채 매매 시 거래수수료는 금융사마다 다르지만 10년 만기일 경우 1.5%포인트에서 많게는 3%포인트에 달한다. 여기에 브라질 헤알화 환전 수수료도 들어간다.
한 증권사 PB는 “단기로 브라질국채에 투자하면 이자보다 환율이나 채권값 변동에 따른 손실, 투자시 부대비용이 더 클 수도 있다”며 “장기적으로 꾸준한 이자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에게 적합한 상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