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저자가 직접 겪은, 여성을 배척하는 과학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들춰내고 해결책을 모색한다. 어릴 때부터 수학과 과학을 사랑했던 저자는 ‘여성은 과학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회적 차별 때문에 결국 과학을 떠나 작가의 길을 걷게 됐다.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지닌 여성들을 취재하며 ‘여성은 왜 과학에서 도망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풀어나간다. 무려 6년에 걸쳐 자연과학을 전공한 여성 수십명을 인터뷰하고 관련 연구를 조사·분석해 과학·기술·공학·수학분야에서 여성으로서 부딪쳐야 하는 장벽을 파헤쳤다.
책에는 차별과 편견으로 과학을 포기한 수많은 ‘폴락’이 등장한다. 주요 수학대회에 미국 대표로 참석했던 한 여성은 “수학적 재능이 없다”는 교수의 한마디에 물리학자의 길을 포기했다. 화학실험실에서 일하던 홍일점 여성은 다같이 술을 마시는 자리에 늘 초대받지 못했다.
시간이 흘러 현실이 좀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보이지 않는 장벽은 여전하다. ‘여성은 선천적으로 과학적 두뇌가 부족하다’거나 ‘과학을 잘하는 여성은 괴짜 같다’는 편견 등이다. 하지만 포기만이 답일까. 저자는 우선 여성과학도의 자신감을 회복시켜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가령 멋진 여성과학자의 이미지를 TV나 영화에서 자주 보여주고, 스포츠나 전쟁 같은 사례 대신에 여학생이 흥미를 가질 만한 내용을 교과서에 넣어 미래의 과학도를 격려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장애물인 결혼과 출산, 육아 문제에도 정책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한다. 대학의 책임자가 연구업적 평가기간을 산출할 때 출산·육아휴직 기간만큼을 연장해주고, 젊은 아빠·엄마의 수업의무 일수를 줄여주는 등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과학계에 몸 담고 있는 이들은 물론 과학자를 꿈꾸는 여학생 등 과학계의 여성인력 확충에 관심있는 독자라면 꼭 읽어봐야 할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