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빅블러시대]'디지털 컨버전스'로 경계가 사라진다

이성기 기자I 2015.12.08 06:00:00
[이데일리 문승관 이성기 기자] “집 앞에 잠깐 나왔는데 지갑을 안 챙겨 당황할 때가 있잖아요. 나온 김에 편의점에 들를 생각이었는데. 바로 그럴 때 삼성페이가 참 좋은 것 같아요. 지문만 인식하면 되니 구동 속도도 빠르고, 어지간한 곳에서는 다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직장인 김유진(31)씨는 삼성페이 마니아다. 지난 7월 삼성전자가 베타테스트를 시작할 때부터 이용했는데 어느새 익숙해졌다. 김씨와 같은 사람이 빠르게 늘고 있다. 삼성페이 가입자는 공식 출시 두 달 만인 10월 20일 100만명을 돌파했다. 하루 결제건수는 10만건, 누적 결제금액도 1000억원을 넘어섰다. 출시 초기 7억~8억원 정도였던 하루 평균 결제금액도 20억원대로 올라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페이를 사용해 본 후 편리함을 느낀 가입자가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단계에 진입했다”며 “이를 통해 신규 가입자가 꾸준히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지갑 속 현금과 카드가 사라진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네트워크 접속이 자유로워지면서 지난 2009년 첫 스마트폰 보급과 통신서비스가 시작한 후 6년간 주변의 삶에 ‘모바일 혁명’이라 부를 정도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시·공간의 제약이 사라지고 각종 분야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주위에는 전례 없던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지난해 9월 4000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 7월 기준 42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현재 인구 수가 5150만 여명(2015년 11월 행정자치부 기준)이니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모바일과 인터넷뱅킹이 일상화하면서 현금과 신용카드를 갖고 다닐 일이 점차 줄고 있어 앞으로 이런 실물들이 곧 지갑에서 사라질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이효찬 여신금융연구소 실장은 “민간소비에서 카드결제 비중이 60%를 차지할 정도로 카드 사용이 크게 늘면서 스마트 기기를 이용한 간편 결제가 확산하고 있다”며 “앞으로 웨어러블 기기를 비롯해 결제 기능이 추가된 의류까지 나오면 플라스틱 신용카드 수요는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초연결성’ 시대…금융빅블러 가속화

기존 고객에게 다른 방식과 다른 가치를 제공해 경계, 즉 새로운 영역에서의 새로운 사업영역 파괴자가 기존 산업 전반을 와해시킬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금융에서도 디지털 경제 시대에 접어들면서 금융과 정보통신(ICT)기술이 결합하면서 이른바 ‘금융 빅블러(Big Blur)’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정보기술(IT) 발전으로 ‘초연결성(hyper-connectivity) 시대’가 도래하면서 디지털 경제 시대 진입이 빨라지고 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 변화에 실패한 코닥의 실패와 블록버스터를 무너뜨린 온라인 비디오 대여업체 넷플릭스의 니치버스터(nichebuster) 성공은 경영학을 넘어 사회현상을 이해하는 단골메뉴가 됐다.

기존 전통적인 프레임은 내려놓고 빅블러 시대가 요구하는 고객 가치 극대화 관점에서 금융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페이’로 첫발을 내디딘 미래형 결제 서비스와 인터넷전문은행 등이 앞으로 미래 금융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척후병’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정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 등의 태동은 우리나라 금융산업이 전통적인 금융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금융으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며 “은행산업이 점포가 아닌 손안에 든 모바일을 중심으로 바뀌게 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컨버전스’ 변화는 무한대

지난 6일 KT경제경영연구소는 ‘2016년 한국을 바꾸는 10가지 핵심 ICT트랜드’를 소개했다.

연구소는 구체적으로 미래를 뒤바꿀 4차 산업혁명의 핵심키워드로 ‘핀테크’를 꼽고 영국의 핀테크 사업자 ‘비주얼 DNA’가 도입한 빅데이터 기반 대출 심사 평가 등 ICT와 접목한 새로운 금융시장 변화를 소개했다.

또한 구글, 애플, 삼성 등 글로벌 ICT 기업들의 핀테크 시장 진출 전략 등 새로운 금융 비즈니스 모델 경쟁이 시작된 시장 변화를 분석해 ICT 융합을 기반으로 부상하는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해 설명했다.

김인회 K뱅크컨소시엄 추진단장은 “디지털 콘텐츠로 예금이자를 받을 수 있는 시대가 곧 올 것”이라며 “무료 통신데이터, 아이유 최신곡 다운로드, 영화 ‘베테랑’ IPTV VOD 관람권 등 현금 이자 대신 다양한 고객의 기호에 맞춰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컨버전스의 등장은 다양한 산업에서 경계를 무너뜨려 산업의 무경계를 형성할 정도로 매우 넓고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경용 ETRI 네트워크경제연구팀장은 “가입자 기반 확대와 수익 증대의 효과를 얻고자 이동통신사와 은행간 제휴로 출시된 모바일 뱅킹 서비스는 통신과 금융의 대표적인 융합서비스”라며 “이제 휴대폰은 단순한 통신수단 기능을 넘어 교통수단 이용, 은행 거래의 용도로 활용하고 있고 앞으로 증권, 보험 등을 포괄하는 무선 금융포털 서비스로 활용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인터넷전문은행과 여러 형태의 미래형 지급결제 시스템의 출범이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에 새 금융플랫폼으로 진화하는 역사적인 사건이 될 것으로 평가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5대 은행 중심이었는데 인터넷전문은행이 들어오면서 경쟁이 촉진돼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KT나 카카오의 고객 정보가 기존 은행과 차별화하 하고 있어 정보를 활용한다면 핀테크를 활용해 새로운 금융 시너지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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