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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딜리버리히어로'가 한국 '요기요' 배달한 사연

오현주 기자I 2015.08.19 06:17:02

스타트업 성공법
원터치로 사진 올리는 '인스타그램'
5년만에 사용자 3만명 돌파 대박
세계 IT산업 이끄는 핫기업 63개
탄생→투자·자금→위상 등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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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스타트업 거인들의 성공 이야기 63
박평호|412쪽|한스미디어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딜리버리히어로.’ 굳이 번역을 하자면 배달영웅이란 뜻이다. 영웅을 내세울 만큼 대단한 임무를 띠고 있는 건 아니다. 아니 대단할 수도 있다. 배달음식을 처리하는 일을 하는 회사니. 사명감이 상상 이상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탄생국이 좀 특별하다. 독일이다. 유럽이란 데가 원체 배달음식을 즐기는 곳이 아니지 않나. 그럼에도 이 회사는 2015년 현재 독일은 물론 영국, 스웨덴, 스위스, 핀란드, 폴란드, 오스트리아, 덴마크 등 30여개국에서 음식주문을 받는 일을 한다. 10만개 이상의 식음료업체를 상대하는 직원만 1500여명. 한국에도 진출했다. 2012년 설립한 ‘요기요’다. 한국시장은 특히나 전도유망하다. 유럽 국가들에선 피자 정도에 국한한 배달지도를 그렸지만 한국에서는 피자가 우스울 정도로 배달이 안 되는 음식이 없으니.

창업자이자 CEO인 니콜라스 오스트베르그는 경영컨설팅회사 프로젝트 매니저 출신이다. 주업무라 할 상담회사의 미래를 그려주는 틈틈이, 아니 더 심각하게 음식주문 처리업체를 끊임없이 구상하다가 창업결단을 내린 게 4년 전이다. 당시는 국가별 혹은 브랜드별로 온라인 피자주문회사가 난립하던 상황. 이들을 통합해 최적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이 승부수란 확신이 섰다. 게다가 모바일이란 최적의 환경까지 조성돼 있지 않았나. 창업 당시 4개 벤처투자사를 통해 400만유로(약 50억원)를 유치했던 규모는 3년 뒤 100배 이상 성장했다. 지주회사인 로켓인터넷을 통해 4억 9600만달러(약 5880억원)를 투자받기에 이른 것이다.

스타트업(startup)이란 말이 대중적으로 익숙해진 건 불과 얼마 전이다. 1990년대 후반 닷컴버블로 창업붐이 일었을 때는 벤처와 혼용해서 썼다.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설립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창업기업이란 점에서 명확히 구분되는 건 아니다. 그러던 게 최근 여기저기서 스타트업이란 말을 많이 듣게 된 건 다룰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진 이유가 크다. 특히 IT 분야의 폭이 확장됐다는 건데. 덕분에 IT산업의 특징은 고스란히 스타트업 특성으로 옮겨오게 됐다. 사업의 승부가 빨리 난다는 것, 위험성이 높다는 것, 대신 성공한다면 ‘대박’이라는 것. 한마디로 성공하고 실패하는 기준 역시 분명한, 고위험·고성장·고수익이다.

IT 칼럼니스트와 창업컨설턴트로 활동하는 저자가 요즘 ‘핫’하게 떠오른 63개의 스타트업 기업을 15개 분야로 나눠 밑그림을 그리고 건물까지 다시 세웠다. 그러곤 그 안에 성공아이템, 창업자 혹은 CEO의 판단, 투자와 자금조달 과정, 고객층, 산업구조에서 차지하는 위상 등을 꼼꼼하게 채워 넣었다. ‘맨땅에 헤딩’해 ‘혹’ 대신 ‘박’을 만들어낸 성공방정식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셈이다.

▲‘뜨는 스타트업’이냐 ‘사라지는 스타트업’이냐

“복잡한 것은 싫다. 좀 더 단순하지만 세련된 것은 없을까.” 이것은 어느 스타트업을 성공으로 이끈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그 기업의 관건은 모바일에서 즉석카메라로 찍은 듯한 사각형 모양의 사진, 차가운 디지털이 아닌 정감 있는 고전적 느낌을 끌어내는 것이었다. 결국 내장된 필터 효과로 어떤 사진이든 복고풍 향기를 풀풀 낼 수 있게 했다. 그것도 원터치로. 2010년에 처음 세상에 공개된 인스타그램이다. 반향은 컸다. 2011년 1000만명을 넘긴 순사용자는 2013년 2월 1억명을 넘겼고 2014년 12월엔 3억명을 돌파했다. 트위터 사용자 수를 가뿐히 추월한 것이다.

이처럼 엄청난 성공을 이끈 일등공신은? 당연히 ‘원터치’다. 인스타그램은 스마트폰이 폭발적으로 키워놓은 환경을 똑똑하게 이용했다. 그 많은 사진자료를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일 쉬운 팁을 한방에 던져준 거다.

스타트업이 그 자체로 완결된 것이란 편견을 깨는 사례도 등장한다. 페이팔이 낳은 테슬라자동차가 그것이다. 페이팔이 설립된 건 1998년. P2P 온라인 지갑업체로 시작했다. 애초부터 온라인상에서 개인 간 송금을 위해 태어났다는 얘기다. 정작 빛을 본 것은 모바일결제시장이 뜨기 시작하면서다. 종국엔 2002년 미국 나스닥에 상장되면서 이베이의 자회사로 편입된다. 여기서 주목할 인물이 엘론 머스크다. 전기자동차로 유명한 테슬라의 CEO인 그가 한때 페이팔의 CEO였던 거다. 이베이에 그가 매각한 페이팔은 15억달러. 현재 머스크의 재산은 136억달러란다. 페이팔을 매각하면서 공동설립한 테슬라와 우주항공회사인 스페이스X가 초대박을 터트린 덕이다.

저자는 자칫 복잡하게 보일 수 있는 창업과정이라도 답은 지극히 단순하다고 암시한다. 수많은 스타트업을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게도, 또 세상이 들썩이며 키우게도 한 ‘절대요건’은 딱 하루치 정도만 앞선 상상력과 기술력이란 거다.

▲상상력 그릇에 기술력을 살짝 뿌렸더니

한국에 잘 알려진 세계숙박예약 최강자 에어비앤비나 국제전화의 ‘괴물’이 된 스카이프 외에도 저자가 소개한 스타트업들은 IT산업 구석구석을 헤집는다. 터치스크린용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을 만든 플레이레이븐, 연체료 없는 DVD 우편대여사업을 하는 넷플릭스, 노래제목을 식별해주는 서비스 샤잠 등. 특히 주목한 것은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앱. 비주얼을 검색하는 비주얼그래프, 광고플랫폼인 에메다이트, 하이브리드형 일정관리를 해주는 분더리스트 등. 결국 이로써 멀지 않은 내일에 펼쳐질 세상의 위치는 명쾌하게 드러난다.

책의 집필을 위해 저자는 스타트업과 창업자를 수없이 인터뷰하고, 20개국의 다른 언어로 이뤄진 3000여꼭지의 자료·기사·사진·도면·웹사이트 등을 망라했단다. 하지만 책을 통해 저자가 추구한 대단한 철학은 없다. 63개의 개수에도 연연할 필요가 없다. 그저 스타트업의 비전과 차별화된 포인트, 자금 외에 고려해야 할 창업과 성장의 이면을 살펴내면 충분하다. 맨바닥에서 거대한 부를 이뤄낸 범용적인 성공방정식. 물론 이를 찾아내 풀어가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철학을 심은 특별한 공식은 마침내 스스로가 찾아내는 것 아닌가. 그렇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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