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요즘 한국에서 여름을 나기 위해 귀국하는 해외 유학생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것도 2~3주일 정도 짧게 머물다 가는 것이 아니라, 방학 시작하자 마자 돌아와 개학 직전에 돌아가겠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주변에 이런 사례가 많아 그 이유를 물어봤더니, 대부분 "고물가에 환율 상승까지 겹쳐 해외에 맘 편하게 있기 힘들다"고들 말하더군요. 최근 해외 여행을 포기하고 국내에서 여름 휴가를 보내려는 사람들이 느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입니다. 예전 같으면 항공료가 비싸서라도 못 들어왔을 텐데, 요즘은 '차라리 왕복 비행기 값을 내는 게 싸다'는 거죠.
유학생들이 가장 많은 미국의 경우, 달러화 가치 하락과 유가 상승으로 1년 전과 비교해 체감 물가가 25% 이상 올랐다고 합니다. 같은 기간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은 15% 가까이 올라서, 한국에서 생활비를 지원받는 유학생들이 피부로 느끼는 물가 상승률은 훨씬 높다는군요. 게다가 미국 내 경기 악화로 짭짤한 여름 아르바이트 구하기도 어려워졌다고 합니다.
결국 한국에서 여름을 지내면서 부모님께 '효도'도 하고, 귀국 후 잡을 직장도 알아보면서 용돈도 버는 게 차라리 더 이득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올여름 몇몇 대기업들의 여름 인턴과정에는 예년보다 더 많은 해외 유학생들이 몰려 인사 담당자들이 깜짝 놀랐다고 하네요.
한 푼이라도 더 아끼려는 유학생들의 알뜰 작전은 눈물겹습니다.
귀국해 있는 동안 비어 있을 자취방과 전용 기숙사는 다른 이에게 세(貰)를 주고 온다고 합니다. 집세를 벌기 위해서죠. 싼 비행기표를 구하려고 짐을 싸 놓은 채 '특가 항공권'을 기다리기도 하고, 대만이나 홍콩을 경유하는 '1박2일' 항공권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꼭 10년 전 환율이 폭등했던 IMF 외환위기 당시 장면을 다시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