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서울 공덕동 '진미' 간장게장
서울 공덕동 ‘진미’는 영 음식점 같지 않게 생겼다. 옹색한 골목길을 50m쯤 들어가 살림집들 틈에 끼어 있다. 문을 들어서자마자 좁은 방바닥에 4인용 식탁 다섯을 용케 앉혀놓은 게 전부다. 차림도 간장게장백반 하나다. 50대 중반 주부가 이 집을 차린 게 4년밖에 안 됐다. 그런데도 알음알음 귀소문으로 식도락가들이 찾아든다. 12시 점심 예약은 이틀, 사흘치가 밀려 있다. 12시40분부터 받는 ‘2부’는 조금 낫긴 해도 예약 필수다.
이 집에선 게 등딱지를 놓고 눈치싸움을 벌일 필요가 없다. 한 사람 한 마리씩 실한 서산 꽃게를 한꺼번에 수북이 담아내 눈요기부터 시킨다. 다릿살 한입 베어 무니 시원하고 달큰하다. 짜지 않다. 그래서 더 생생하다. 살이 단 것도 은은하게 혀에 감겨드는 맛이다. 등딱지 하나씩 들고 밥 비벼 먹을 때쯤 “밥 한 공기 추가”를 부르지 않을 도리가 없다. 남은 게장 국물에도 계속 숟가락이 간다. 밥을 고소한 김 한 장, 쌉쌀한 감태 한 장으로 겹쳐 싸 게간장을 뿌려 먹는다. 매콤한 서산 굴젓을 얹어 먹어도 어울림이 환상적이다.
여주인은 서산의 친정어머니가 담그던 대로 게장을 열심히 연습했다고 한다. 떨어진 게다리들을 넣고 간장을 끓이는 게 핵심. 서산 생강과 마늘, 국산만 써서 단맛이 나는 거라고 했다. 나흘 숙성시켰더니 벌써 손님들이 짜다고 해 사흘만 뒀다 차린다. 알 꽉 찬 서산 암꽃게를 봄 가을 한 차례씩 경매 받아 영하 35도로 급랭해 두고 쓴다.
뚝배기에 고봉으로 솟은 노란 달걀찜, 검정 김, 파릇한 감태, 붉은 굴젓, 하얀 조개탕으로 밥상 빛깔까지 조화시켰다. 1인분 2만5000원이면 만만찮은 돈이지만 값을 한다. 손가락까지 빨아가며 게장 맛에 푹 빠져 한 끼를 즐기고 나면 뿌듯하다.
게장을 사 가는 손님도 많아 저녁엔 예약한 손님 것만 남겨 놓는다. 하루 전 주문하면 제철 해물로 저녁 회식 상도 차려준다. 요즘엔 자연 대하, 간재미가 좋고 조금 더 있으면 새조개가 나온다.
마포경찰서 지나 오른쪽 첫 골목, 다시 왼쪽 첫 골목, 다시 오른쪽 첫 골목. 식당 앞에는 2대 주차 가능. 일요일, 공휴일엔 쉰다. (02)3211-44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