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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랜타의 카터 센터는 이날 오후 2시 10분 로잘린 여사가 조지아주 플레인스에 있는 자택에서 타계했다고 밝혔다.
앞서 센터는 지난 5월 로잘린 여사가 치매에 걸렸다고 밝혔으며, 사망 이틀 전인 지난 17일부터 자택에서 호스피스 치료를 받았다고 알렸다. 피부암을 앓아온 남편인 카터 전 대통령(99)도 지난 2월부터 호스피스 돌봄을 받고 있다.
센터는 성명에서 로잘린 여사를 “정신 건강, 간병, 여성 권리의 열정적인 옹호자”라고 칭했으며 “가족 곁에서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카터 전 대통령과 같은 조지아주의 플레인스에서 1927년 태어난 로잘린 여사는 1946년 카터 전 대통령과 결혼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성명에서 “로잘린은 내가 이룬 모든 것에서 동등한 파트너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녀는 내가 필요할 때 조언과 격려를 해주었다”며 “로잘린이 세상에 있는 한 나는 누군가 항상 나를 사랑하고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로잘린 여사는 카터 전 대통령 재임 기간(1977~1981년)에 활동적인 퍼스트레이디였다. 다른 영부인과 달리 의례적인 역할에 머물지 않고 각료 회의에 참석하고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해 솔직하게 발언하는 등 대통령의 정책 연장선상에 서기 위해 노력했다.
백악관에 사무실을 둔 최초의 영부인이었으며, 영부인 때부터 정신건강 및 노인 문제 등에 관심을 가졌다. 대통령 정신건강위원회 명예위원장으로 상원 소위원회에서 증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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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터 전 대통령은 로잘린 여사를 1977년 5~6월에 중남미 외교 순방에 파견하기도 했다. 영부인으로서 사교적 목적이 아닌 실질 목적으로 전례가 없는 행보였다. 13일간 7개국을 방문하고 1만2000마일 이상 횡단하는 고된 여정 동안 세계에 미국의 외교 정책을 설명하는 데 힘썼다.
1979년 카터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하자 대중적인 비판을 받은 개각에서도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회고록 ‘평야에서 온 영부인(1984)’에서 자신을 남편보다 훨씬 더 정치적이고 인기와 재선 승리에 관심이 많았다고 묘사했다. 2018년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로잘린 여사는 1980년 재선 도전에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에 패했을 때 남편보다 더 화가 났다며 “지는 게 싫다”고 언급했다.
카터 전 대통령과 로잘린 여사는 최장기 ‘퍼스트 커플’로 지난 7월 7일 결혼 77주년을 축하했다.
로잘린 여사는 생전 정신건강 문제에 관심이 많아 평생 활동을 이어왔다. 카터 전 대통령과 함께 설립한 카터 센터에서 정신건강 관련 연례 심포지엄 의장을 맡아 정신 질환자와 노숙자는 물론 간병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