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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中 보조금 퍼주기에 대처하는 자세

김형욱 기자I 2023.11.08 06:15:00

中기업, 정부 보조금 힘입어 성장
태양광·배터리·반도체서 韓 위협
우리도 中정부 보조금 조사하고,
韓기업 차별 없는 보조금 요구해야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우리나라가 반도체와 조선 등 일부 주력 산업에서 일본을 넘어섰다. 자동차, 철강 등 산업에서도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중국이 조선, 철강, LCD, 태양광, 전기차 및 전기차 배터리 등 여러 산업에서 우리나라를 추월하고 있다. 반도체에서도 격차를 줄이려 노력 중이다. 중국이 이처럼 주력 산업에서 우리를 앞선 요인은 무엇일까. 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중국의 산업 경쟁력 제고 요인은 여럿이지만 정부의 적절한 보조금 활용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각국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때 대대적인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 산업 발전 정책을 발표했는데 그 최종 승자는 중국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태양광 패널은 우리나라와 미국, 유럽 시장을 석권했다. 중국 태양광 기업은 정부 보조금에 기반해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자국 시장이 포화한 이후엔 공급과잉 물량을 헐값에 수출하며 세계 시장을 장악해갔다. 지난 문재인 정부의 태양광 확대 정책 역시 중국 재고물량 해소에 일조했고 이는 한국 태양광 산업 생태계를 교란하는 문제로 나타나기도 했다.

중국 정부 보조금의 강력한 위력은 전기차와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서도 나타났다. 중국 정부는 가솔린 자동차로 글로벌 기업을 넘어서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에 전기차 산업을 강력히 지원했고 결국 자국을 세계 최대의 전기차 시장으로 만들었다. 또 올 상반기 중국 자동차 수출은 전기차 산업 발전에 힘입어 일본을 넘어 1위가 됐다. 현재 중국 비야디(BYD)는 미국 테슬라를 넘어선 세계 최다 전기차 판매 기업이다. 전기차 배터리도 중국의 CATL이 독보적인 1위이고 BYD 역시 LG에너지솔루션을 넘어 2위에 올라섰다.

미국과 유럽이 전기차 중심으로 자동차 산업을 재편하려는 현 상황에서 중국 전기차는 큰 위협이다. 미국은 고관세에 부품, 광물 등 함유량을 기준으로 중국 전기차를 견제하고 유럽연합(EU)도 중국 전기차의 보조금 조사에 착수했다.

우리나라에도 중국 전기차는 큰 위협이다. 우리는 그동안 전기차 보급을 위해 수입차에 대해서도 보조금을 지급했고, 중국 전기차는 양국 정부의 이중 보조금에 힘입어 버스 등 일부 차종에서 한국 시장점유율을 넓혔다. 중국 정부는 앞서 세계무역기구(WTO) 기본 원칙인 내국민대우 원칙을 어기며 한국 배터리 기업을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으나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다음은 반도체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통제 강화를 계기로 중국 반도체 기업에 파격적인 보조금을 주고 있다. 반도체는 태양광이나 전기차 (배터리)와 달리 중국 산업 전반에 필수인 만큼 이 보조금은 중국 반도체 기업이 자생력을 갖출 때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 제재를 받는 화웨이는 지난달, 역시 미국 제재 대상인 중국 반도체 기업 SMIC이 생산한 7나노 반도체를 장착한 신형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를 출시했다. SMIC는 지금껏 수율이 떨어지는 탓에 적자를 감수한 채 7나노 반도체를 양산하지 못했는데 정부 보조금 덕분에 대량생산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전기차·배터리 기업은 미·중 무역분쟁과 중국을 겨냥한 EU의 보조금 조사로 어부지리를 얻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 보조금에 힘입은 중국 기업이 한국과 해외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리는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우리 역시 대응해야 한다. EU처럼 과거 중국 정부가 지급한 보조금이 WTO가 금지하는 수출 보조금인지 조사해야 한다. 중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기업처럼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도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WTO 내국민대우 원칙을 주장해야 한다. 중국에 진출한 대만계 기업과 연계 대응하는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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