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태평양 곳곳에 걸린 고래 사진이 드라마에 영감
대회의실에 걸린 브라이언 오스틴作 `밍크고래`가 압권
경차보다 큰 탓에 엘리베이터 못타고 26층까지 계단 이동
드라마 흥행하고 내부에서도 회의실 인기 `상한가`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법무법인 태평양 사무실은 고래 사진 갤러리를 방불케 한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드라마 우영우)의 문지원 작가가 이곳을 다녀간 이후 시나리오에 고래를 등장시켰다는 걸 실감할 만하다.
|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 변호사가 고래를 떠올리는 장면(왼쪽)과 사진작가 브라이언 오스틴(Bryant Austin).(사진=ENA·넷플릭스 캡처, 아마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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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세 점이 걸렸는데, 모두 사진작가 브라이언 오스틴(Bryant Austin) 작품이다. 작가는 세계적인 고래 사진 거장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인위가 아니라 자연을 담는 촬영 기법으로 호평을 받는다. 자연 상태 고래와 교감하고자 홀로 고독한 바다로 잠수하기를 즐긴다. 이렇게 고래를 만나려면 적게는 수주에서 많게는 몇 달이 걸리기도 한다. 고래 사진 한 컷을 위한 노력이다.
| 법무법인 태평양 대회의실에 걸린 밍크고래(Minke Whale Composite I, 2009) 작품.(사진=법무법인 태평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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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사진은 `실물 사이즈` 기법을 쓰기에 주목받는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대회의실에 걸린 밍크고래(Minke Whale Composite I, 2009) 작품이 대표적이다. 원작 사이즈는 실제 밍크고래 사이즈와 맞먹는 가로 9.1m에 세로 1.8m이다. 고래를 부위별로 수백 장을 촬영하고 합성해 사진 한 장으로 탄생시켰다. 이걸 가로 4m에 세로 80㎝로 줄여서 대회의실에 걸었다. 줄였는데도 경차(캐스퍼 전장 3.59m)보다 길다.
크기가 커서 사무실에 들이는 과정에서 애를 먹었다고 한다. 작품을 접거나 분해할 수 없어 통째로 옮기려다 보니 여간 손이 많이 가는 게 아니었다. 엘리베이터에 실을 수 없고 사다리차를 이용하기도 여의찮았다. 결국 26층 대회의실까지 비상계단을 이용해 사진을 들고 올라왔다. 그만큼 태평양이 애착하는 작품이다.
| 법무법인 태평양 내부에 걸린 고래 꼬리 작품(오른쪽).(사진=법무법인 태평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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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태평양의 지향점과 닿아 있다. `태평양`을 누비는 고래처럼 `도약하라`는 기대가 첫 번째다. 로펌이 2020년 서울 강남구에서 지금 종로구로 이사온 걸 계기로 더 발전하기를 기원하는 차원이다. 사진 기법도 마찬가지다. 실물 크기 사진은 여러 장을 찍어서 합성하는 기법으로 완성한다. 낱장을 긴밀하고 조화롭게 연결해서 나온 걸작이다. 내부 구성원끼리 그리고 고객과 이런 관계를 맺어가겠다는 태평양의 의지가 담겨 있다.
| 법무법인 태평양 내부에 걸린 고래 꼬리 작품.(사진=법무법인 태평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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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을 배려하려는 의도도 읽힌다. 송사를 앞둔 이들이 맘이 편할 리가 없다. 작품을 감상하고 잠시나마 마음이 평온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러니 드라마 우영우가 흥행하고 내부에서 대회의실 인기가 폭발적이라고 한다. 예약제로 운영하는 터에 공간을 이용하려고 긴 줄이 선다.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한 변호사는 “외국인 고객과 상담하는데도 우영우 얘기를 할 정도로 드라마 인기가 상당하고, 공간 배경이 우리 회사라는 데에 친숙함을 표시하더라”며 “최근 들어 의뢰인과 면담하는 과정에서 고래 사진을 아이스 브레이킹 단골 소재로 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