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 사람이나 '잠이 보약'…적정 수면시간은?[김하국의 펫썰]

최은영 기자I 2022.07.30 10:00:00
(사진=이미지투데이)
[김하국 (주)퍼펫 수의사]아내는 내 잠버릇을 걱정한다. 코를 골며, 이를 갈고, 잠꼬대 하는 모습에 어디 건강에 문제가 없는지 병원에 가보라 한다. 잠을 잘 못 자면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며 서두르기를 바란다.

그러고 보니 필자가 동물을 진료하면서 반려동물 보호자와 상담했던 내용이다.

김하국 (주)퍼펫 수의사
“반려동물이 잠을 못 자면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집니다. 충분히 잠을 자야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몸도 건강해져요. 또한 수면시간이 갑자기 짧아지거나 길어지면 질병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부연 설명하면 반려동물도 사람처럼 꿈꾸는 잠인 렘(REM)수면에서 시작해 단계별로 서파수면(slow-wave sleep·깊은 수면으로 수면파가 느리다)까지 깊은 잠으로 빠져든다. 사람에게서 렘수면은 전체 수면 시간 중 20%를 차지한다. 반면 반려동물은 렘수면 시간이 사람보다 2~4배 정도 길다.

즉, 댕댕이와 야옹이는 잠을 깊게 들지 못하는 동물이다. 태곳적 잠을 깊게 잤다가는 포식자에게 잡혀 먹힐 수도 있었을 테니 말이다. 대신 사람보다 오랜 시간 잠을 잔다. 사냥을 하려면 평소 전력을 아껴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른 반려견의 경우 하루 12~14시간, 반려묘는 15~18시간 정도 자며 반려견은 주행성, 반려묘는 야행성이다. 수면시간은 나이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새끼 때는 수면시간이 더 길고 노령견·묘가 되면 다시 평소보다 수면시간이 길어진다

그러나 질병으로 인해 잠을 오래 자거나 짧게 잘 수도 있으므로 평소와 잠버릇이 달라진다면 동물병원을 방문해 건강을 체크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반려동물이 렘수면 단계일 때는 안구가 운동하고, 다리를 떨며, 가끔 으르렁거리기도 하는데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반려동물 보호자는 이렇게 잠자는 모습을 자주 봤을 것이다. 코를 골거나 잠꼬대 하는 경우도 있다.

코를 심하게 고는 불도그나 퍼그, 페키니즈 시추와 같은 단두종들은 수면무호흡증인 경우가 많다. 이런 품종들은 코가 사람처럼 짧아져서 연구개노장, 후두낭외번, 좁은 콧구멍, 기관협착 등의 기도를 좁게 하는 구조를 가지고 태어난다. 이로 인해 심장질환, 당뇨, 뇌출혈의 가능성이 높다.

반려동물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서파수면 시간이 길어야 심리적으로 안정된다. 서파수면이 짧아지면 치매에 걸릴 확률도 높아진다. 만약 보호자가 불면증이라면 반려동물도 보호자따라 잠을 못 잘 수 있다. 보호자가 반려동물의 수면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반려동물이 불면증이라면 보호자의 잠을 방해할 것이다.

따라서 어린 시절부터 각자 자기 침대에서 잠을 자는 버릇을 들이는 게 좋다. 또한 반려동물이 깊은 잠을 잘 수 있도록 침대와 베개를 준비해 환경을 조용하게 만든다. 잠을 잘 못 자는 반려동물이라면 잠자기 전에 운동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논문에 따르면 수면무호흡증과 코골이에 효과적인 반려견의 잠자는 자세가 있다. 바로 슈퍼맨 자세(엎드린 자세)로써 기도가 더 넓게 벌어져서 수면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불도그나 퍼그가 이런 자세로 잠을 자곤하는데 다른 자세보다 호흡하기 편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막상 필자는 수면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수면에 좋다는 영양제를 한번 먹어 볼까 한다. 반려동물도 수면에 좋은 영양제가 있으니 챙겨 먹이는 것도 나쁘진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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